무한 팽창하는 중국 ‘밀크티’ 가게...제 살 갉아먹는 과잉 경쟁까지

입력 2024-07-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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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쇼핑센터 인근 밀크티 가게 평균 50개
내수 피 튀기는 경쟁에 해외로 눈 돌리기도

▲한 남성이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홍콩(중국)/신화뉴시스
▲한 남성이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홍콩(중국)/신화뉴시스

고질적인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을 위로해주는 건 다름 아닌 ‘밀크티(버블티)’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 마저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라고 표현할 정도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휴식을 취하고자 즐기는 달콤한 ‘안식처’가 기업들에겐 ‘번아웃’을 불러일으키는 과잉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역에는 약 42만 개의 밀크티 매장이 생겼다. 매출 기록만 총 2470억 위안(약 46조8600억 원)에 달한다. 밀크티 열풍에 신생 가게들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행에 힘입어 작은 노점상으로 시작한 밀크티 가게들은 기업 투자로 수십억 대의 요식업체로 거듭나기도 한다. 중국 대표 1위 밀크티 기업인 헤이티밀크티는 IDG캐피털과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아 브랜드 가치만 600억 위안을 넘었다. 쓰촨성 청두에서 시작한 차바이다오는 2021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펀딩 라운드를 통해 9억7000만 위안을 확보했다. 그리고 다음 해 4월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상장해 3억 달러를 조달했다.

기업들의 대형 투자ㆍ밀크티 열풍 등으로 중국 밀크티 기업들은 우후죽순으로 점포를 늘리고 있다. 특히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은 매장을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점포를 늘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전역의 주요 쇼핑센터 인근 거리에는 밀크티 가게만 평균 50개가 있다.

하지만 제약 없이 늘어나는 밀크티 점포들은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 모두를 포기한 ‘제 살 갉아먹기’라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실제로 차바이다오는 지난해 매장당 매출이 평균 240만 위안으로 홍콩에 상장하기 전인 2021년보다 12% 감소했다.

밀크티 기업들은 점포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주 새로운 음료를 출시한다. 지난해 차바이다오는 48개의 신메뉴를 출시했다. 밀크티 업계 4위로 알려진 아운티제니는 약 100개의 신메뉴를 내놨다. 이렇다 보니 서로를 베끼는 ‘모방’이 빈번하다. 중국 내 밀크티 경쟁이 과열되면서 또 다른 밀크티 기업인 나유키홀딩스와 쓰촨바이차 주가는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폭락했다.

중국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밀크티 업체들은 해외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프랜차이즈를 소유한 미쉐빙청은 중국 지역 외에도 3000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 헤이티밀크티는 지난해 말 뉴욕에 상륙했다. 하지만 서로를 모방하고 깎아내리는 업체들이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가 덧붙였다.

최근 몇 달간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밀크티 시장마저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전기 자동차의 경우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비난을 받았지만, 밀크티는 정부 개입 없이도 과잉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선 “성공할 때까지 확장하라”는 사업 신조가 깊게 뿌리 박혀 있지만, 이러한 행태로 자국 기업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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