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시장 거스르는 금융, 부작용 키운다

입력 2024-07-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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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연구원장ㆍ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정부 금리통제에 은행들 대출회피
中企자금난·서민금융 갈수록 위축
금융논리 외면에 저신용자만 타격

은행의 기업대출에서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연체 우려가 적은 대기업 대출에는 적극적인 반면 연체 우려가 큰 중소기업 대출에는 문턱을 높인 탓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5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32조 9534억 원으로 1년 전(100조 4311억 원)보다 약 32%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31조 2686억 원으로 지난해(494조 6378억 원)보다 7%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대기업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올 2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대기업 대출금리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넘어선 후 석 달째 지속되고 있다. 실제 올 4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4.81%로 대기업 대출금리(4.97%)보다 0.16%포인트 낮았다.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통상 은행은 상환 능력 등 리스크를 반영해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자본력이 우세한 대기업의 대출금리가 중소기업보다 낮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우려가 대기업 대출의 부실우려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올 4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66%로 대기업 대출의 6배에 달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0.61%에 달했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경우 경기 불황의 영향을 대기업보다 크게 받기 때문에 지금 같은 고금리 경기 불황에서는 연체율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도 낮고 연체우려도 크니 당연히 대출 증가폭이 적은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하는 정책들이 금융의 논리를 벗이나면서 오히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초래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출금리 역전 현상이 한국은행이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배정받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인하해 온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은행들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한은이 저금리로 자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정책 자금을 통한 중소기업 대출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한된 자금을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흘러들어가게 해서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정책의 타당성도 검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는 은행들이 작년에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고 비난을 받으면서 소상공인들에 대출금 2억 원을 한도로 4% 초과분 금리의 90%를 되돌려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1조 5000억 원, 그 외의 은행별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6000억 원, 합계 2조 1000억 원을 되돌려주고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신전업사 등 중소금융사들도 유사한 ‘이자 반환’을 실시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2023년에 21조 3000억 원의 이익을 냈지만 ROE(자기자본이익률)는 7.9%에 불과했다. 2013~2022년 평균으로는 한국 은행들의 ROE는 5.2%로 미국의 10.2%, 싱가포르의 10.8%의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이익률이 낮으니 동북아 국제금융중심지는커녕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업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등록 대부업체는 8771개다. 대출잔액은 14조 5921억 원으로, 2022년 말 대비 1조 2757억 원(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부업 이용자 역시 98만 9000명에서 84만 8000명으로 14만 1000명(14.3%) 줄었다.

이렇게 된 데는 고금리 상황에서도 현행 연 20%로 제한된 법정 최고금리로 인해 대부업의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에서도 자금을 융통하지 못한 서민들은 불법 사채의 늪으로 빠지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가격상한제인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대부업 시장의 기능 위축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도입된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금융의 논리를 벗어난 낮은 금리의 중소기업대출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정치권, 심지어 금융당국에서도 금융의 논리를 벗어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얼마나 저신용자 금융소외가 심화되어야 할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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