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희망재단은 지난해 9월 박 이사장의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대전 유성경찰서는 지난달 박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박 씨는 한 국제골프학교 설립 업체로부터 충남 태안과 전북 새만금 지역 등에 국제골프학교와 골프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안받고 재단의 도장과 문서를 위조해 사업참가의향서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가 재단 인감을 위조하고 이를 이용해 국제골프학교 설립에 관한 참여의향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면,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 혹은 경우에 따라 사인위조 및 위조인장부정사용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사업승인권을 가진 관할행정청이 어떠한 손해를 입었다거나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면 사기죄 혹은 그 미수죄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가능성도 있다.
또 박 씨가 재단의 신뢰와 명성을 실추시켜 관할관청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제재를 받게 된다면, 재단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
사문서위조죄란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 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를 위조해 성립하는 범죄다. 문서 위조는 작성 권한이 없는 자가 타인 명의를 ‘모용’해 문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하는데, 모용한다는 건 명의인이 작성한 문서처럼 외관을 만드는 것이다.
아버지가 딸이 설립한 재단법인의 명의를 모용해 사업 참여 의향서를 작성한 뒤 제출하면, 당연히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
만약 박 씨가 재단으로부터 문서작성에 관한 포괄적 위임을 받았거나 박 이사장에게 사전 동의를 받았다면, 사문서위조죄 등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김강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박 이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 사실을 밝혔고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사정까지 고려하면 유죄 판단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부모-자식 간 발생한 범죄의 경우 ‘친족상도례’라고 해서 형법상 처벌을 면제하는 특별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의 지갑을 훔치더라도 아들은 절도죄로 처벌되지 않고 그 형이 면제되는 식이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사이 발생한 재산범죄를 친족 내부의 논의에 따른 처분에 위임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부합하고, 친족 의사에 반해서까지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해 개입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번 박 이사장 부녀간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친족상도례는 재산범죄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문죄위조 등 범죄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더구나 박 이사장과 재단은 별개의 법인격을 갖기 때문에, 행여나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박 씨의 사문서위조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는 딸이 아닌 딸이 설립한 재단법인이 된다.
또 박 씨에게 재산범죄인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범죄로 인한 피해자는 박 이사장이 아닌 새만금 사업시행사나 관할행정청이 될 가능성이 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작지만, 박 이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박 씨에 대한 고소 사실을 밝힌 건 ‘아버지에 대한 명예훼손’이 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을 공연히 적시할 때에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이 아버지의 사문서위조 행위 사실을 공표한 것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박 씨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형법은 그러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박 이사장의 말처럼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아버지의 행위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면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돼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움]
김 변호사는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으며 서울, 수원, 천안, 대전, 대구 지역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