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처럼'展 관람객 ‘6만 명’ 돌파…삼성, 3대째 미술 공헌 ‘노블레스 오블리주’ 눈길

입력 2024-06-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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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회장, 30여년 수집한 미술품으로 호암미술관 개관
선대회장, '인류문화 미래' 위해 명품 문화재 수집
이재용 회장, 국가에 문화재 2만3000점 기증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호암미술관에서 16일까지 진행된다. (박민웅 기자 pmw7001@)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 호암미술관에서 16일까지 진행된다. (박민웅 기자 pmw7001@)

개인의 소장품이긴 하나 우리 민족 전체의 문화유산이다. 영구히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공영화해야 한다.

미술 작품을 대하는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의 사명이었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삼성문화재단 설립과 호암미술관 개관 등 직접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올해로 개관 43년 차를 맞은 호암미술관은 어느덧 국민들에게 문화유산 계승의 장이자 예술 교육의 장으로서 굳게 자리 잡았다.

4일 찾은 호암미술관에서는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이하 ‘연꽃처럼’)의 막바지 전시가 한창이었다. ‘연꽃처럼’은 동아시아 불교 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이후 첫 고미술 기획전이자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불교 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 세계 최초의 전시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귀중한 예술품이 많았다. 특히 해외 개인 소장가로부터 대여해 온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국내 최초로 일반인에 공개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도 함께 전시됐다. 이외에도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아미타여래도’, ‘석가여래설법도’ 등 4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다.

▲호암미술관에 전시된 ‘금동 관음보살 입상’ (박민웅 기자 pmw7001@)
▲호암미술관에 전시된 ‘금동 관음보살 입상’ (박민웅 기자 pmw7001@)

‘연꽃처럼’은 3월 27일 개막 후 지난달 말까지 총 6만 명이 관람했다. 하루 평균 관람객 수만 1000명에 달한다. 전시는 이달 16일 폐막한다.

호암미술관은 이번 기획전을 준비하는데 무려 5년의 세월을 들였다. 소중한 문화재를 국민 모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이 창업회장의 사명을 묵묵히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병철 창업회장,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회장 등 3대에 걸친 삼성가의 남다른 미술 사랑은 국내 미술 문화 부흥과 국민의 문화 향유권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2년 4월 22일 개관한 호암미술관은 이 창업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모아 왔던 문화재 1167점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호암미술관에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관람하고 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관람객들이 호암미술관에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관람하고 있다. (박민웅 기자 pmw7001@)

이 창업회장은 자신의 자서전 호암자전에 “개인의 소장품이라고는 하나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며 “이것을 영구히 보존해 국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전시하는 방법으로는 미술관을 세워 문화재단의 사업으로 공영화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의지는 이 선대회장과 이 회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 선대회장은 우리의 문화재가 국내외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에 안타까워하며 명품 문화재들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 당시 이 선대회장은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철학을 토대로 '이건희 컬렉션'에는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해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희원'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희원' 전경 (박민웅 기자 pmw7001@)

이 회장 또한 선친이 수집한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이 회장과 유가족들은 2021년 이 선대회장이 수십 년간 모아온 작품 2만30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고인의 뜻을 기려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기증한 문화재에는 국보 제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보물 제2015호로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보물 제1393호로 단원 김홍도 마지막 그림이라고 알려진 ‘추성부도’ 등 국내 유일 또는 최고 유물과 고서·고지도가 포함됐다.

이러한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미술관에 전시되면서 국민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개월 간 광주·부산·경남 소재 4개 기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에 49만 명이 방문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지역별 순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한국의 국가 문화 유산을 알리기 위해 미국(워싱턴·시카고)과 영국(런던) 등 주요 도시에 해외 전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호암미술관 전경 (자료제공=삼성전자)
▲호암미술관 전경 (자료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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