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적절치 않은 증인들, 기각돼야”
7월 22일 2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본격 심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항소심이 시작됐다. 검찰은 1300여 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와 2000여 개의 증거를 제출하고, 변호인 측은 검찰이 신청한 11명의 증인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내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2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범죄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변론의 내용에 대해서는 심리하지 않고, 어떤 증거를 제출하고 어떤 증인을 부를지를 조율하게 된다. 피고인 본인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어 이날 재판에 이 회장 대신 변호인단만 출석했다.
재판에 앞서 검찰은 재판부에 1326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1심에서는 다수의 범죄사실이 종합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부분에 대한 심문을 먼저 진행했고 전문적 회계 기준과 관련한 외부감사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진행했는데 시간상의 문제로 외부감사법 위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어려워 재판부 설득이 어려웠다”며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외부감사법 위반 쟁점을 먼저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1심에서는 전부 무죄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있었는데 항소심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증인으로 최소한의 수인 11명만 신청한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항소 이유를 인정하지 않고 전부 부인했다.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변호인은 “검찰의 주된 항소 이유는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이 있다’는 것인데, 검찰이 신청한 증인의 상당수는 직접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 전문가인 사람들”이라며 “법정에서 합병과 회계처리가 주요 쟁점인데 검찰에 맞는 의견을 가진 증인을 법정에 부른다는 것이 항소심에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박모 교수를 거론하며 “이 사건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과 검찰 고발로 시작된 것인데, 당시 고발한 인물이 박 교수”라며 “검찰은 박 교수의 증인신청은 사실상 사건 당사자를 ‘객관적 증인’이라며 소환을 요구하는데,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공판 검사가 같은 사건 행정소송에서 소송 수행자로 관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증인으로 신청된 다른 교수들의 이력을 설명하며 “검찰의 증인신청은 기각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만약 일부 인용된다면 피고인 측에도 동등한 증인신문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재판부는 “이미 검찰이 항소심 증인으로 신청한 11명 중 대부분의 진술 조서가 작성된 상태”라며 “(이들을 또다시 증인으로 부르면) 새로운 증거 발견될 때 심문해야 한다는 ‘개정 형사소송 규칙’에 맞지 않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심과 관련해 2000개가 넘는 증거 제출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압수 과정에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인지에 대해서도 검사가 소명하라”고 말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 2회는 7월 22일로 예정됐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향후 진행될 항소심의 쟁점은 크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이 적절했는지와 주요 증거자료의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로 나뉜다.
삼성은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양 사를 합병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만 23.2% 보유한 상황에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수반됐다 하더라도 합병의 목적이 오직 경영권 승계에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합병 자체를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이로 인해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