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입력 2024-05-16 14:24 수정 2024-05-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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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17일부터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개최

포스트휴머니즘 시대, 사물과 인간의 관계 탐구
"사물이라는 존재를 조명하는데 의의 있는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전시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를 개최한다.

16일 미술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기 위해 마련됐다. 20세기 후반 등장한 포스트휴머니즘의 흐름을 좇아 비인간 중에서도 특히 사물에 주목한다. 전시는 17일부터 9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사물을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전시 제목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는 사물을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의인화했다.

이번 전시는 '사물의 세계', '보이지 않는 관계', '어떤 미래'등 3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설치, 조각, 영상, 사진으로 구성된 전시는 물질과 재료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서부터 특정 사물의 역사, 생물학을 넘나들며 사물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첫 번째 '사물의 세계'에서는 사물을 상품으로 동일시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줄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물이 자연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사물을 해체하거나 만들어 나가는 과정으로 보여준다. 사물을 다른 차원으로 뒤바꿔 관람객의 사고를 전환 시키는 작품도 있다.

특히 신기운의 '진실에 접근하기'(2006) 시리즈는 사람들이 욕망하는 물건이 그라인더에 갈리는 영상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물건 표면의 상징이나 기호가 지워지면 물건은 물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두 번째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는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자연, 기술, 경제, 과학의 영역에서 탐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인간 중심 세상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물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사물은 인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짚어본다.

이탈리아 디자인 듀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의 '캄비오'(2020)는 나무가 자연에서 인간 세계로 넘어온 역사를, 아르헨티나 출신의 미디어 작가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코스믹 제너레이터'(2017)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인간 또한 사물처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상품임을 필름으로 전달한다.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세 번째 '어떤 미래'에서는 이제껏 물건(object)으로 간주했던 사물의 개념을 가능성을 지닌 어떤 것(thing)으로 확장해 본다.

김을지로는 태양열 전지판과 식물을 연결한 3D 영상 '기계 태양의 정원'(2024)을 선보이고, 김한솔은 옷과 어패류가 뒤섞인 물명체(물체+생명체)를 창안하며 인간에게서 자유로워진 옷을 '의태화된 의패류'(2024)라 칭한다.

한편 전시장 출구와 연결된 공용공간에서는 이번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신작 제작 작가의 인터뷰, 전시 주제와 맞닿아 있는 철학 및 문학 분야의 서적, 해외 작가 도록 등을 제공하여 전시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 도록에는 이동신(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앤서니 던과 피오나 라비(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교수), 정승연(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미술사학과 조교수), 이정은(시각문화연구자)이 작품과 관련한 비평, 에세이, 대담, 리서치 결과물을 기고할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팬데믹 이후 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태도와 방향성을 반영하여 이제껏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이라는 존재를 조명하는데 의의가 있다"라며 "사회철학 및 디자인 담론을 미술과 교차하는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의 외연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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