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령대에서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가 늘고 있다. IBD는 급성 장염과 달리 완치 없이 평생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반복는 질환으로,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IBD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아울러 이르는 개념으로, 희귀·난치질환이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 부위가 대장 점막 또는 점막 하층에 국한된 경우에 해당한다. 둘 모두 열, 복통, 설사, 혈변이나 점액변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6만5802명이었던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전체 환자 수는 2022년 8만5934명으로 늘었다. 특히, 이 기간 남성 환자 수는 2018년 4만221명, 2022년 5만3454명으로 집계됐고, 해마다 여성 환자보다 많이 발생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의학계는 급격한 식습관 서구화와 생활 환경 변화가 유병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발병과 진단 시기가 젊은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실제로 2018년 기준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대는 남성이 20~29세(8645명), 여성이 50~59세(5197명)였다. 또 2022년엔 남성의 경우 20~29세(1만1325명), 여성은 40~49세(5851명)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사회·경제적 활동이 많은 시기에 질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심리적 위축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는 건강인과 비교해 불안장애와 우울장애 위험이 각각 1.6배, 2.1배 높았다. 또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경우 불안장애 1.6배, 우울장애 2.0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은 완치되지 않는 만성 염증질환이다. 평생 면역을 조절하며 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젊은 시기에 발병하는 환자가 많아 질병과 함께 생활하는 기간이 길고 치료비와 약제비 지출 역시 꾸준하다.
장연구학회 조사에 의하면 연간 총 직접의료비는 2018년 기준 크론병이 약 1022억7000만 원, 궤양성 대장염이 약 697억20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인 2008년 크론병 약 112억5000만 원, 궤양성 대장염 약 137억5000만 원과 비교하면 각각 9배, 5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치료제의 경우 현재 국내에는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아미노살리실산, 생물학적제제, 항생제 등 다양한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사제인 ‘항TNF제제’와 ‘베돌리주맙’ 등 기존 약물 대비 효과성이 뛰어난 생물학적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환자 약제비가 상승한 것으로 진단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2018년 1278억7234만 원에서 2022년 1893억9399만 원으로 상승했다.
한편, 매년 5월 19일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국 환자단체가 연합해 지정한 ‘세계염증성장질환의 날(World IBD Day)’이다. 장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환자들이 활동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응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국내에선 대한장연구학회가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환우, 환우 가족, 일반국민의 인식과 이해를 높여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관리를 도모하고 어려운 투병에 대한 격려를 위해 2013년부터 ‘제1회 행복한 장(腸), 해피 바울(Happy Bowel)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이달 29일은 세계소화기학회(WGO)가 제정한 ‘세계 장 건강의 날(World Digestive Health Da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