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웃지만 스크린 독과점 어쩌나…'범죄도시4' 흥행의 명암

입력 2024-04-29 15:25 수정 2024-04-29 16:5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범죄도시4' 스크린수 3000여 개…스크린 독과점 문제
관객 영화 선택권 침해…다른 영화 보려면 '원정 관람'
"영화제 예산 삭감 맞물리며 한국영화 다양성 위기"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4' 스틸컷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5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천만 관객 달성이 무난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요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상영관을 '범죄도시4'가 거의 독점하고 있어 관객의 영화 선택권 침해, 한국영화 다양성 저해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29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범죄도시4'의 누적관객수는 425만3560명이다. 개봉 첫 주, 단 5일 만에 이 같은 관객수를 동원한 것이다. 비슷한 설정과 액션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범죄도시4'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마석도(마동석)가 극악한 범죄자들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영화다. 한국 시리즈 영화 최초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간 '범죄도시' 시리즈는 피해자를 재현하는 윤리 문제, 스토리와 플롯의 단순함, 맥락 없는 주먹질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같은 영화의 한계를 오히려 즐기고 있다. 주연 배우 마동석이 그 자체로 장르화된 측면이 크다. 영화의 단점이 웃음을 유발하는 등 일종의 '장르적 허용'으로 상쇄된 것.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위축하고, OTT 플랫폼이 확산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범죄도시' 시리즈는 관객들을 꾸준히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1편을 제외하고 2ㆍ3편 모두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해당 시리즈는 8편까지 제작될 전망이다.

'범죄도시4' 독과점ㆍ영화제 예산 삭감…"한국영화 다양성 저해"

'범죄도시4'의 흥행으로 극장가에 활력이 돌고 있지만, 특정 영화에 상영관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관객의 영화 선택권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범죄도시4'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독립ㆍ예술영화의 상영 기회가 축소하거나 상영 시간이 새벽ㆍ늦은 밤으로 배정되면서 한국영화가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날 기준 '범죄도시4'의 스크린수는 2970개다. 스크린수 기준 10위 안에 드는 한국영화는 '범죄도시4'를 제외하고 '파묘'(397개), '여행자의 필요'(52개), '땅에 쓰는 시'(35개) 등 3편뿐이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하면 '범죄도시4'가 많은 스크린을 할당받는 건 당연한 이치"라면서도 "이런 현상은 문화예술, 특히 영화 향유에 개입된 '독점자본주의'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객은 흥행이 보장된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할수록 다양한 영화를 향유할 기회를 잃게 된다"라며 "이렇게 흥행이 보장된 영화에만 상영의 기회가 돌아간다면, 다양성 영화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고, 제작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도시4' 이외의 영화를 보려면 다른 지역까지 시간을 들여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23일 올해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업에 지원한 38개의 영화제 중 10개만 선정됐다. 지난해보다 1/4가량 줄었다. 50억 원 수준이었던 영화제 지원 사업 전체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감액된 탓이다.

이 평론가는 "'범죄도시4'의 스크린 독과점과 새롭고 참신한 영화를 발굴할 수 있는 영화제 예산 삭감이 맞물리면서 한국영화가 다양성 측면에서 크게 후퇴하고 있다"라며 "비약일 수 있겠지만 언젠가 K무비는 전부 비슷한 이야기만 똑같이 한다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상승률 1위 전선株, 올해만 최대 320%↑…“슈퍼사이클 5년 남았다”
  • '하이브' 엔터기업 최초 '대기업집단' 지정
  • 의대생 1학기 유급 미적용 검토…대학들 '특혜논란' 시비
  • [금융인사이트] 홍콩 ELS 분조위 결과에 혼란 가중... "그래서 내 배상비율은 얼마라구요?"
  • 옐런 “중국 관세, 미국 인플레에 영향 없다”
  • 15조 뭉칫돈 쏠린 ‘북미 펀드’…수익률도 14% ‘껑충’
  • 깜깜이 형사조정위원 선발…“합의 후 재고소” 등 부작용 우려도 [조정을 넘어 피해회복 '형사조정제도']
  • 베일 벗은 '삼식이 삼촌', 송강호 첫 드라마 도전에 '관심'
  • 오늘의 상승종목

  • 05.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701,000
    • +3.96%
    • 이더리움
    • 4,142,000
    • +2.04%
    • 비트코인 캐시
    • 628,500
    • +3.37%
    • 리플
    • 711
    • +0.57%
    • 솔라나
    • 209,800
    • +2.04%
    • 에이다
    • 621
    • +2.64%
    • 이오스
    • 1,097
    • +1.11%
    • 트론
    • 176
    • +0%
    • 스텔라루멘
    • 147
    • +1.3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350
    • +2.31%
    • 체인링크
    • 19,000
    • +2.15%
    • 샌드박스
    • 592
    • +2.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