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21세기 본초자오선

입력 2024-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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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大航海 時代)’가 시작됐습니다.

유럽 열강은 이때부터 대서양을 건너기 시작했지요. 남쪽으로는 새 항로를 개척하며 아프리카를 돌아 나왔고, 그 끝은 인도와 동남아시아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이들은 이 바닷길을 앞세워 식민통치까지 확대했습니다. 바다를 지배한 자들이 세계를 지배한 셈이지요.

바닷길을 열기 위해서는 별자리가 필수였습니다. 밤하늘의 별과 나침반으로 망망대해에서 길을 찾아 나선 것이지요. 다만 짙은 구름이 하늘을 막아설 때면 별다른 도리가 없었습니다.

140년 전 서구 열강이 임의로 날짜선 정해

결국 이들은 지도 위에 새겨넣을 기준점이 필요했습니다. 땅 또는 바다 위의 특정 지점을 숫자로 객관화했지요. 마침내 19세기 말 위도(Latitude)와 경도(Longitude) 개념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1884년 미국 워싱턴 국제회의에서는 본초자오선, 즉 경도 0 지점을 결정합니다. 모두가 다 아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가 그곳입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이 모여 그들끼리 결정한 것이지요.

영국은 일찌감치 방대한 우주 관측 자료와 이를 토대로 한 연구 결과물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과학적 당위성과 발언의 무게를 앞세워 태평양 한가운데 날짜변경선을 긋는데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게 무슨 대수냐”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세계를 지배했던 이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지녔다는 걸 고려하면 이를 마냥 간과할 수 없습니다.

서구 열강이 자기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위도와 경도를 결정하던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1884년 조선에서는 갑신정변이 일어났습니다. 맹목적으로 청나라에 의존하고 그들만 섬기던 조선 왕조에 맞서 급진 개화파가 일으킨 정변이었지요. 3일 만에 무너진 정변이었으나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 혁명이었습니다.

기초과학을 시작으로 인문학과 천문학까지 발전시킨 19세기 유럽과 같은 시기 조선을 맞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만 2024년 현재를 빗대보면 140년 전 조선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지요.

15세기에 대항해 시대가 시작됐다면, 21세기 들어서는 여러 국가가 우주개척에 힘을 모으고 있지요. 미국의 아르테미스 협정이 대표적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영국과 프랑스,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등 36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주항공청 개청…우주경쟁에 적극 나서야

화들짝 놀란 한국도 2021년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협약을 맺은 지 3년째를 맞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옆 나라 일본은 이미 협정의 목적으로 탐사선을 쏘아 올리거나, 달 궤도에 올려놓을 우주정거장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뒤늦게 협정을 맺은 한국을 놓고 “돈만 뜯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과학기술계에서 나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도 관련 분야의 존재감을 키워야 합니다. 예산을 늘리고 인재도 길러야 합니다. 다음 달 개청하는 우리 우주항공청에도 큰 힘을 몰아줘야 합니다.

잘못하면 집단 이기주의를 앞세운 강대국이 마음대로 우주를 선점할지 모를 일입니다. 마치 19세기 말, 자기들 마음대로 본초자오선을 결정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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