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모(33·남) 씨는 “일반적인 사기업에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확실히 공무원들이 관련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며 “시차출퇴근 제도 같은 건 사기업에서도 의무화해서 근무시간을 줄이지 않고 출퇴근시간을 자율 조정해 활용하도록 하면 양육 부담이 확실히 완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전년 같은달보다 658명(3.3%) 줄었다. 이는 월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아기 울음소리를 갈수록 듣기 어려워지는 초저출산이 심각해지는 것인데, 문제는 이렇게 어렵게 아이를 낳아도 키울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어린이집·유치원 등 돌봄기관에 아이를 맡기기 수월하게 시차출퇴근 등 유연근무제만 잘 시행돼도 육아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차제에 유연근무제를 모든 기업에서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돌봄 경우 주중 낮에 79.7%가 돌봄기관(어린이집·유치원 등)을 이용한다. 돌봄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모(80.5%), 외조부모(7.2%), 친조부모(3.4%) 순이다.
출산 적령기에 있는 30대가 가장 원하는 가족 지원서비스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22.2%)로 조사됐다. 가장 필요한 정책에 대해 ‘일하는 여성을 위한 보육지원 확대’(25.2%), ‘인식 확산’(17.1%), ‘유연근무제 확산’(15.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돌봄서비스 필요시간대는 오후 5시~6시(61.5%), 오후 4시~5시(54.4%), 오후 6시~7시(36.5%) 순으로 수요가 높았다.
이에 여가부는 돌봄서비스 수요가 높아지면서 맞벌이 가정 아이돌봄 서비스의 정부지원 가구 수를 8만5000가구에서 11만 가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등·하교 및 긴급한 출장·야근 등으로 인한 돌봄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서비스 신청 시간을 돌봄 시작 최소 4시간 전에서 2시간 전까지로 단축한다. 최소이용시간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한 ‘단시간 돌봄’ 서비스도 시범 운영한다.
중앙정부·지자체·기업 협업을 통해 이웃과 함께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공동육아나눔터를 현재 395개소에서 올해 말 435개소로 확대한다. 또한,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올해 355개소 예정)를 운영해 지역사회 기반 돌봄서비스를 강화한다.
이처럼 아이돌봄 수요와 육아 부담 해소를 위해서 직장에 다니는 부모에 대한 시차출퇴근 등 유연근무제가 필수적이다.
유연근무제란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조정해 일·가정 양립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유출을 막고,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는 일부 대기업 및 공공기관에 집중돼 있다. 보다 많은 직장인이 누릴 수 있도록 사기업까지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조화롭게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길게 휴직하면 경력 단절이 된다. 예를 들어 보통 직장에서 2~3년 동안 육아휴직을 간다고 치면, 1년은 유급이고, 2년은 무급인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3년을 갔다 오면 일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차라리 육아휴직 기간은 자동적으로 주되 그 기간은 짧게 하고, 육아기에는 시차 출퇴근, 유연근무, 재택근무 등을 확대하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아이돌봄 서비스 등을 일자리 창출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돌봄 전문가를 양육함과 동시에 일자리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정부는 아이돌봄 서비스 수요에 대응해 아이돌보미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등 유사 자격자 중 활동을 하지 않는 인력이 단축교육만 이수하면 아이돌보미로 활동할 수 있게 제도 개선(‘아이돌봄 지원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과 국민 모두 출산과 육아로 인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근로 공백, 양육부담을 손실이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고 직원과 동료의 자녀 양육에 동참한다면 저출산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