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가보지 못한 길

입력 2024-04-04 15:0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세상은 이론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경험도 사고와 판단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론이 합리적이고 그럴싸해도 직접 겪어본 적이 없으면 ‘혹시나’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론대로 실행해 이에 맞는 결과를 얻은 누군가의 사례가 있다고 해도 ‘만에 하나’라는 의구심이 남을 수도 있다.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도 경험하지 않은 영역을 향한 미심쩍은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있다.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 주체들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나타냈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 자본시장이 장기간 우상향을 지속한 경험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최근 10년간 코스피는 약 30%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는 180%, 일본 닛케이는 170% 넘게 뛰었다. 그간 한국 증시는 부문을 불문하고 시장 전반이 상승세를 타기보다, 테마별로 종목만 바꿔가며 주가가 오르내리는 양상을 반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거시적 목표 아래 마련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테마주 열풍 생성이라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외국인은 저평가돼 있으면서도 덩치가 큰 종목들을 쓸어 담았다.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이 증시부양에 성공하며 한국도 비슷한 경로로 갈 수 있다고 관측한 셈이다.

반면 국내 기업이나 개인투자자는 가보지 못한 길에 발을 딛는 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미들은 최근 한달간 저PBR주를 6조 원어치 팔고 해외 증시 투자 규모를 늘렸다. 기업으로서는 배당에 부과되는 세금이 부담스러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뛰어들 유인을 못 느끼는 상황이다.

저평가주에 관심 가져온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종업계 ‘사장님’들을 만나러 다니기에 바쁘다고 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그와 만난 조직 수장들은 입을 모아 “밸류업, 진짜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업계 흐름에 빠삭한 위치에 있는 사람마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마음이 선뜻 안 따라주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주저하는 기업과 투자자를 움직이려면 정부가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겠지만, 당장은 인센티브에 힘을 줄 때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성패를 가를 수 있어서다. 올해 2월 발표된 프로그램 초안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지 못했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코스피 상장 대표기업들은 기업과 투자자가 체감할 세제 혜택을 주문했다. 5월로 예정된 최종안 발표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어린이날·어버이날 선물로 주목…'지역사랑상품권', 인기 비결은? [이슈크래커]
  • '2024 어린이날' 가볼만한 곳…놀이공원·페스티벌·박물관 이벤트 총정리 [그래픽 스토리]
  • 단독 금융권 PF 부실채권 1년 새 220% 폭증[부메랑된 부동산PF]
  • "하이브는 BTS 이용 증단하라"…단체 행동 나선 뿔난 아미 [포토로그]
  • "'밈코인 양성소'면 어때?" 잘나가는 솔라나 생태계…대중성·인프라 모두 잡는다 [블록렌즈]
  • 어린이날 연휴 날씨…야속한 비 예보
  • 2026학년도 대입 수시 비중 80%...“내신 비중↑, 정시 합격선 변동 생길수도”
  • 알몸김치·오줌맥주 이어 '수세미 월병' 유통…"중국산 먹거리 철저한 조사 필요"
  • 오늘의 상승종목

  • 05.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0,377,000
    • +0.55%
    • 이더리움
    • 4,436,000
    • +0.5%
    • 비트코인 캐시
    • 657,500
    • +0.08%
    • 리플
    • 747
    • -1.19%
    • 솔라나
    • 207,100
    • +0.44%
    • 에이다
    • 650
    • -1.52%
    • 이오스
    • 1,164
    • +0.34%
    • 트론
    • 170
    • -2.3%
    • 스텔라루멘
    • 156
    • -1.2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500
    • -0.81%
    • 체인링크
    • 20,330
    • +1.14%
    • 샌드박스
    • 636
    • -0.6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