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 되세요! 기호 1번 이지은입니다."
"기호 2번 조정훈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22대 총선을 코 앞에 둔 3일 오전 서울 마포갑에 속한 용강동주민센터 인근 사거리. 더불어민주당 이지은·국민의힘 조정훈 후보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출근길 인사에 나선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은 마포자이1차·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래미안마포리버웰·마포태영 등 4천여 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소위 '출근길 유세 꿀스팟'으로 통한다.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는 앰프 볼륨을 최소화한 로고송에 맞춘 율동과 함께 '광역 인사'를, 조 후보는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구민에게 도보 인사를 건넸다. 조 후보는 본지에 "만나는 분마다 마포 개발을 제대로 해달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빨리 벌해라, 이런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계속 열심히 인사드리며 선거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사 도중 이 후보의 유세차 주차 위치가 거슬린 한 구민이 이 후보에게 다가가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후보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구민을 다독인 뒤 오전 유동인구가 많은 마포아트센터 인근으로 옮겨 유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주민들은 대통령이 국민 눈치를 보지 않고 문제 해결 의지도 없다며 굉장히 분노하고 계신다"며 "남은 기간 제가 누구인지, 마포에서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열심히 알릴 것"이라고 했다. 두 후보는 오후부터 공덕동을 중심으로 바닥 표심을 훑었다.
아현동·공덕동·용강동·대흥동·염리동 등으로 구성된 마포갑은 '한강벨트' 권역에 묶인 이번 총선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스윙보터' 성향도 감지된다. 최근 5차례 총선에서는 현역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4번(17대·19~21대) 당선될 정도로 진보 강세를 보였지만, 이전에는 보수정당 후보가 내리 3연승을 거둔 적도 있다. 21대 총선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선과 대선에선 국민의힘이 앞섰다.
두 후보는 여야의 고스펙 영입인사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시대전환을 이끌던 비례대표 초선의원 조 후보를 합당 형식으로 영입했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반대 시위를 벌인 총경 출신 이 후보를 11호 인재로 영입했다. 공인회계사인 조 후보는 연세대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대학원을 거쳐 세계은행에서 15년간 근무한 경제전문가다. 이 후보는 경찰대 졸업 후 24년간 경찰에 몸담으며 서울대·케임브리지대 대학원, 한양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엘리트 경찰로 알려졌다.
이날 경의선 숲길과 염리동, 용강동 일대에서 만난 마포갑 주민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주민들은 대체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염리동에 산다는 박모(80대·남)씨는 "무조건 민주당, 이지은"이라며 "정권이 엉터리다.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이번에 꼼짝 못하게 혼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을 거닐던 40대 이모씨는 "대통령이 꼴 보기 싫어 국민의힘은 안 찍는다. 민주당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리스크에 연루돼 컷오프(공천 배제)된 노 의원이 부친과 함께 도합 9선을 지낸 지역인 만큼 피로감을 토로하는 주민도 있었다. 유년기부터 마포에서 살았다는 70대 남성은 "민주당이 너무 오래 해 먹었다. 그만할 때도 됐다"며 "요즘 하는 걸 보면 죄도 짓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염리동에 산다는 50대 정모씨는 "민주당은 안 된다"며 "사사건건 정권을 말아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치 불신으로 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함께 경의선 숲길을 걷던 두 직장인에게 지지 후보를 물었더니 한 사람은 "지지하는 후보도 없고 투표도 안 할 것"이라며 "하나 안 하나 똑같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남성은 "'송파에 사는 양모씨가 정치에 신물을 느껴서 투표를 안 하겠다'고 했다고 써달라"고 했다.
지역 주요 현안은 재개발·교육 등이다. 두 후보는 △강변북로 지하화 조기 착공 △지역 노후아파트 재건축 △신안산선 만리재역 신설 등의 공약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마포유수지에 조 후보는 '한강뷰 스포츠센터', 이 후보는 'K-POP 복합공연장'을 각각 짓겠다고 공약했다. 핵심 교육 공약으로 이 후보는 △주변대학·고교연계 진로교육 프로그램 등 원스톱 교육특구 조성 등을, 조 후보는 △맞춤형 교육특례 발굴을 위한 서울 최초 교육발전특구 조성 등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