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조와 사측인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임금인상 폭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막판 협상에 돌입했지만, 지난 9차례의 임금협상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한 만큼 노조가 파업에 나설 확률이 높다.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버스운행이 중단되는 것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인상률 12.7%는 근거가 있을까.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가 막판 조정절차에 들어갔다. 가장 큰 쟁점은 임금인상률이다. 노조는 타 지역 대비 임금이 낮다며 시급 12.7% 인상을 요구해왔다. 2019년 3.6%, 2020년 2.8%, 2022년 5%, 2023년 3.5%였던 임금인상률을 1년 만에 두 자릿 수로 껑충 올린 셈이다.
노조는 수도권 시내버스보다 낮아진 임금 수준을 인상률 대폭 조정의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천 간선 5호봉 시급이 1만2560원인 반면, 서울은 1만2146원으로 3.4% 낮다는 것. 앞서 노조 상위단체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으로 8.4~9.3%를 제시했는데, 노조는 여기에 시급 부족분 3.4%를 더해 12.7%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주장은 시급만 단순 비교한 결과라며, 실제 임금은 서울이 높다고 반박한다. 사측이 지난해 7대 특별·광역시 버스기사 임금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은 서울의 95.4% 수준에 그쳤다. 경기도 역시 준공영제 실시 시내버스 임금은 서울의 91% 정도였다. 민영제는 82%에 불과했다. 이송우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실장은 “무사고 포상금, 수당 등을 합친 월 임금은 서울이 훨씬 높다”며 “부산, 대구, 창원 등 타 지역의 경우 연맹이 제시한 임금인상률과 사측이 협상을 이뤄 4.48%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는데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주장하는 인상률은 터무니 없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공무원 임금인상률 수준인 2.5%를 제시하고 있다. 임금 비교 관련 노조 측은 “인천의 간선과 지선은 근무 조건이 다른데 이를 합쳐서 평균을 낸 것”이라며 “서울이 노동강도도 더 세다”고 말했다.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가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는 준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회사에 재정을 지원,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대중교통이 공공재 성격을 띄는 만큼,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선 확대, 서비스 질 향상을 꾀하도록 한 것이다.
환승, 청소년·어린이, 조조 할인 등이 적용되면서 서울 시내버스의 연간 손실금은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그만큼 서울시가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서울시 지원금은 5200억 원으로 파악됐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분을 수용할 경우, 연간 약 2000억 원의 추가 지원금이 투입돼야 하는 실정이다. 이 실장은 “올해 기후동행카드 시행으로 연간 250억 원의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분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메우게 되는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노동강도, 근로여건, 물가 수준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 임금인상분이 결정돼야지 지역마다 조건이 다른데 타 지역과의 비교를 임금 인상 판단 기준으로 삼는 건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 관계자는 유급휴가, 명절 상여금 등 조건에 따라 타결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추가 조건 제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28일 오전 4시 첫차부터 서울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될 것에 대비해 서울시 관계자는 “380만 시내버스 이용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운행을 하루 총 202회 늘려 출퇴근 시간대 집중 배치하고, 막차 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해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