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끝나자 안정 수익 '눈길'
증권사들이 지난해 발행어음으로 5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전체 잔고가 3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고금리 경쟁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데다, 투자자들도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볼 수 있어 발행어음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NH·KB투자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 4곳의 지난해 말 발행어음 잔액 규모는 35조9155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8.0% 증가했다. 액수로 보면 5조5724억 원 늘었다.
발행어음은 고객이 증권사에 자금을 맡기면 증권사가 기업·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하고 원금과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은행으로 치면 예·적금 가입자들에게 약정 기간 후 이자를 얹어 돌려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초대형 IB만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이 34%(3조7076억 원) 증가한 14조7309억 원으로 잔액 규모와 증가폭이 가장 컸다.
그 다음 KB증권은 같은 기간 32%(2조3381억 원) 늘어난 9조5875억 원, 미래에셋은 5%(2983억 원) 증가한 6조4486억 원이었다. NH투자증권만 5조1485억 원으로 13%(7717억 원) 감소했다.
발행어음 규모가 늘어난 것은 대형 증권사들이 지난 한 해동안 금리를 높이고 특판 이벤트를 벌이며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특히 발행 잔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은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도 판매 창구를 늘리는 등 자금을 모았다. 이렇게 발행어음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 이를 모험자본에 투자하거나 운용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자들도 지난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면서 안정적으로도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발행어음에 관심이 많아졌다. 발행어음은 은행 예 ·적금보다 이자율이 높고 우대조건도 충족시킬 필요가 없다.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이지만 어음을 발행하는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은 AA 이상으로 안정성이 높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다.
26일 기준 대형 증권사 4곳의 1년 만기 약정식 발행어음 금리는 연 3.85~4.00%이다. 최근 수익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최고 연 3.45~3.52%)를 웃돈다. 어음을 발행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도 높아 부실 위험(원금 손실) 가능성도 매우 낮다.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증시로 자금이 쏠리면 발행어음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해질 수 있다"며 "다만 안정 수익이 장점이므로 자산배분 투자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