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현물가 1달러 ‘다시 무너지나’

수요개선 난망…공급초과로 하반기 업황 회복 지연

D램 현물가격이 하락추세로 반전되면서 1.1달러(1Gb DDR2)가 붕괴됐다. 수요개선의 조짐은 없이 공급은 증가하고 있어 1달러 선마저 다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 요원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D램익스체인지 기준으로 1Gb DDR2 현물가격(11일 현지시간 기준)은 1.04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날에 비해 -4.12%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해 12월 1달러 선이 붕괴된 후 올 5월에 이르러서야 이를 회복했었다.

업계에서는 현물가격의 하락세가 6월 하반기 고정거래가격의 하락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램 현물가격의 하락반전은 D램 수요 부진이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수요가 개선되고 있지 못한 가운데 재고축적이 끝나면서 5월부터 PC공급망의 수요 감소로 이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또 공급자들이 4월 이후 가동률을 올리면서 재고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50나노 공정비중이 확대되면서 D램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는 한편, 대만 업체들 역시 4월부터 가동를 상승을 꾀하면서 확대된 물량이 6월부터 시장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증권 이민희 수석연구원은 “채널확인에 의하면 PCB, MLCC 및 대만 노트북, 마더보드 OEM 주문이 4월 하반기 이후 둔화, 감소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하반기 수요회복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면 최대 모듈업체인 킹스톤의 재고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여 현물가격은 또다시 1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의 턴어라운드도 지연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KTB투자증권 최성제 책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성수기 효과는 기대 이하”라면서 “상반기 기대 이상의 PC 출하는 유통재고 회복 및 부풀려진 기대에 따른 수요착시 현상으로, 올해 PC출하의 계절성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의 PC출하량은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10%~20%사이의 역성장보다 훨씬 좋은 전년 동기 대비 7% 역성장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는 실제 1분기 수요가 좋았다기보다는 금융위기로 산업전반적으로 충격을 주며 급격히 줄어들었던 지난해 4분기 PC 유통재고의 감소분을 올해 1분기에 다시 쌓으면서 나타난 왜곡현상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또 저가형 PC 판매량 증가는 D램의 공급초과를 유발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 올해 초까지 70%이상 성장한 넷북과 저가형 제품의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약 25%. 이는 PC 1대당 사용하는 D램의 수요감소 현상을 심화시켜 하반기 공급초과 현상의 배경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더 나빠질 것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이든 낸드플래시든 간에 바닥은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요 회복 속도가 문제인데,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오른 부분은 존재하지만 수요가 받쳐준 것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올 초부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보수적인 대응전략에 변화는 없을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