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카드를 발급하면 현금성 지원을 제공하는 ‘신용카드 풍차돌리기’가 또 다시 유행하고 있다. 카드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이벤트 혜택만 이용하는 ‘체리피커(자기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도 불구 카드사들은 출혈을 감수하며 고객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무리한 경쟁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 카드사의 비용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업 카드사들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북 등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카드 결제 이력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성 지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카드를 신규로 발급한 고객이 일정 이용금액을 사용하면 포인트, 현금으로 페이백 해주는 방식이다. 3월 기준 △롯데카드 16만 원 △BC카드 15만 원 △현대카드 15만 원 △신한카드 14만 원 등 캐시백 이벤트를 하고 있다.
카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카드사의 프로모션을 이용한 ‘풍차 돌리기’ 재테크가 뜨고 있다. 페이백 혜택을 받고 나서 카드를 해지하고 6개월이 지나면 동일한 카드사의 카드를 신규로 발급받는 식이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카드 신규 발급과 해지를 반복하는 이용자들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에도 현금성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을 통한 가입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카드 모집인을 통해 발급 카드당 5만 원 가량의 모집 비용을 제공해왔지만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모집인을 대폭 줄아는 대신 모집 비용을 소비자에게 직접 주는 것이다.
문제는 앞다퉈 현금성 지원 규모를 키우다보니 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벤트 초기 카드사들의 현금 지원 규모는 10만~12만 원대였다. 최근과 비교하면 2년 사이 5만 원 가량 뛰었다.
대면 채널에서 신용카드 모집인들의 불법 영업도 계속되고 있다. 연회비 5만 원 내외의 신용카드 한 장을 발급하면 2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주는 이벤트로 고객을 유인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신용카드 신규 모집 시 경제적 이익 제공 한도를 현행 연회비의 10%에서 100%로 허용됐다. 연회비 5만 원짜리 카드에 대해 연회비 100%에 해당하는 5만 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등 규제가 완화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100%를 크게 초과하는 현금을 주는 마케팅이 성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현금성 마케팅을 제한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가 없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연회비의 10% 이상의 혜택을 제공할 수 없지만, 이용 실적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카드사들도 현금성 이벤트가 신용카드 발급에 대한 ‘경제적 이익’과는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본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놓고 있다”며 “과도한 현금성 이벤트는 수익성, 비용구조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어느 정도 상한선을 설정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