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의 공세에 글로벌 1위 의약품 ‘휴미라’도 버티지 못했다. 특허 만료를 앞둔 제약사는 제형 변경 등 특허 회피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제약사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지난해 매출은 144억4000만 달러(약 19조 원)로, 전년 212억3700만 달러(약 28조 원)보다 32% 감소했다. 미국 매출은 34.7% 줄어든 121억 6000만 달러(약 16조 원)다. 글로벌 의약품 판매 순위도 2022년 2위에서 지난해 5위로 떨어졌다.
휴미라는 2012년부터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하기 전인 2020년까지 9년 연속으로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의약품이다.
매출 하락은 하반기에 집중됐다. 3분기 매출은 35억4700만 달러(약 4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6.2% 감소했고, 4분기에는 33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대비 40.8% 줄었다. 이중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미국 시장 매출은 27억4000만 달러로 45.3% 감소했다.
휴미라는 애브비가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2003년 출시돼 지난 20년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2023년 1월 특허가 만료되고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며 매출 감소가 본격화됐다.
FDA는 2016년 9월 휴미라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암젠 ‘암제비타’)를 허가한 후 올해 2월까지 10개의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했다. 국내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도 각각 ‘하드리마’와 ‘유플라이마’를 출시했다.
애브비는 휴미라의 후속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스카이리치’와 ‘린보크’를 출시했다. 스카이리치는 건선과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로 지난해 77억6300만 달러(약 10조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50.3% 증가했다. 류마티스, IBD,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린보크는 전년 대비 57.4% 증가한 39억6900만 달러(약 5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애브비는 “2027년까지 스카이리치와 린보크의 매출이 270억 달러를 넘어서고, 향후 1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할 것 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공세에 특허 만료를 앞둔 제약사는 특허 회피를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형 변경이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에 오른 미국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과 피하(SC)주사 제형 글로벌 임상 3상 중이다.
키트루다의 주요 특허 만료는 2028년으로 예상돼 독점 기간이 4~5년밖에 남지 않았다. 물질특허 이외에는 우회 출시가 가능해 제형 변경을 통해 방어하겠다는 계산이다. 머크가 키트루다의 제형 변경을 서두르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이달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SC제형(제품명 짐펜트라)을 미국에 출시했다. 짐펜트라를 앞세워 올해 실적 퀀텀점프에 도전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앞으로 계속 커지고,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한 만큼, 국내 기업은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전략을 취하고 국가별 의약품 시장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