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김에 마실가니 좋네"…어르신 마음 잡은 따뜻한 한 끼 [區석區석-마포구 효도밥상]

입력 2024-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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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어르신 500여명 식사 제공
올해 효도밥상 반찬공장 운영해 식사 질 ↑
민간 후원금·일정 구비 투입해 사업 운영

▲서울 마포구 연남동 효도밥상 1호점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서울 마포구 연남동 효도밥상 1호점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한 끼 식사부터 시작해 건강도 챙기고 친구도 생기니 어르신들께 ‘선물’을 드린 거죠.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효도밥상’ 연남동 1호점에서 만난 송요섭(67) 송가네감자탕 대표는 “지난해부터 식당 내에서 효도밥상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해 마음이 정말 뿌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대표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은 집에서는 냉장고에서 반찬 한두 가지만 꺼내 드시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효도밥상에 모이신 이후로 얼굴도 밝아지시고 친구와 함께 차도 드시면서 생활이 윤택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는 지난해 4월부터 관내 75세 이상 홀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민참여형 급식사업 ‘효도밥상’을 시행하고 있다. 효도밥상은 75세 이상 홀로 사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 6일(월~토요일) 균형 잡힌 점심을 제공하면서, 안부 확인을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당뇨, 고혈압 등 건강 상담까지 시행하는 ‘원스톱 노인 통합 서비스’다.

현재 구는 관내 16개 동 전체에서 17개의 급식 기관(일반식당 12곳·경로당 5곳)을 통해 총 500여 명의 어르신에게 효도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어르신 500여 명을 더 늘리고, 하반기까지 500여 명을 추가로 선정해 총 1500여 명의 어르신에게 식사를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효도밥상은 전체 예산을 구비로만 투입하지 않고 주민참여형으로 운영해 개인과 기업들의 자발적 후원을 통해 급식비용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효도밥상 연남동 1호점 ‘송가네감자탕’에서는 식사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 30분보다 일찍 도착한 어르신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식당에 들어선 어르신들은 익숙하다는 듯 출석체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봉사자들이 미리 준비한 식판에는 가지볶음, 계란말이, 숙주나물 등 총 5가지의 반찬과 청국장, 요구르트까지 담겨있었다.

김미자(81) 어르신은 “효도밥상 온다고 멋진 모자도 쓰고 립스틱도 발랐다”라며 “청국장도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금방 비웠다”고 말했다. 김 어르신은 “경의선숲길을 만들 때 조합장도 맡으며 일대에서 오래 살았는데, 효도밥상 같은 사업이 참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 끼 식사 해결부터 친구와 만남까지…“새로운 활력소”

▲서울 마포구 연남동 효도밥상 1호점 '송가네 감자탕' 입구로 어르신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서울 마포구 연남동 효도밥상 1호점 '송가네 감자탕' 입구로 어르신들이 들어서고 있다. (김채빈 기자 chaebi@)

효도밥상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동시에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 어르신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어제 동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일은 어디로 차 마시러 갈지 등 사소한 일상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어르신들은 식사가 끝나고 난 뒤 가까운 카페에 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곤 한다.

문경숙 어르신은 “내일도 점심 먹고 주변 카페에서 커피 마시려고 약속했다”라며 “매일 효도밥상에 나오다 보니 여러 모임도 생겼다”고 밝혔다. 윤복심 어르신도 “지금 같이 밥 먹는 분들이 다 여기 와서 알게 된 사이”라며 “다 같이 모여 매일 밥을 먹다 보니 친해지게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효도밥상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장소를 제공해주는 식당과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송 대표는 “현재 효도밥상 운영 중인 곳이 일반 가게이기 때문에 영업적으로 보면 힘든 점이 있다”라면서도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보람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달 중 일심교회에서 효도밥상 연남동 2호점이 문을 연다”고 말했다.

효도밥상 봉사자는 “동네 부녀회, 바르게살기 협의체 등에서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효도밥상 봉사를 하고 있다”라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자들도 각자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동네에서도 호응이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구는 양질의 식사를 더 많은 어르신에게 제공하기 위해 ‘반찬공장’을 설립해 다음 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반찬공장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반찬들은 각 동 거점형 이동급식소나 경로당으로 배송된다. 구는 지역 경로당에서 효도밥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효도밥상 경로당’ 사업을 상반기 중 시범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전 경로당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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