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이토 히로부미 인재” 발언에 사과
한동훈, 경계령 내렸지만 ‘불안 심리’ 올라와
‘무음 공천’으로 불리던 국민의힘이 난관에 봉착했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들이 공개적 반발에 나선 데 이어 ‘막말’ 논란까지 겹쳤다. 6일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반박에 나섰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개 일정 없이 당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5일 밤부터 사실상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공개 반발이 시작됐다. 이채익(울산 남갑)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국민공천’ 대상 지역이 되자 SNS에 “국민의힘이 저를 버렸다. 절대 좌절하지 않겠다. 더욱더 단단하게 전진하겠다”며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것이다.
6일 오전에는 홍석준(대구 달서갑)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시스템 공천은 완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관위는 정당 역사상 처음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 공천, 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지만, 잘해온 공정한 시스템 공천 대원칙이 깨졌다”며 공관위에 이의 신청을 했다. 홍 의원의 지역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가 단수 공천이 됐다.
당사를 찾는 이들도 있었다. 류성걸(대구 동·군위갑) 의원은 “지도부와 공관위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도 있고, 들을 것도 있었다”고 했다. 대구 동·군위갑은 ‘국민공천’ 대상 지역이다. 마찬가지로 ‘국민공천’ 대상이 된 유경준(서울 강남병) 의원 측은 당사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유 의원은 “시스템 공천을 자부했던 공관위가 정략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의사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기자들과 공개 티타임까지 가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남병 예비후보 7명을 상대로 시행된 당내 경쟁력 조사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약 49%의 지지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유 의원과) 사전에 연락이 잘 안 됐다”며 “재배치를 진행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막말’ 논란도 터져 나왔다.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의원이 인재 육성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로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조한기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성 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고 공격했다.
이른바 “이토 히로부미 인재” 논란에 한 위원장은 주요 당직자와 예비후보들에게 “총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더 주의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문자를 보내며 수습에 나섰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세월호 텐트” 등 막말 논란이 벌어져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성 의원은 논란이 터진 뒤 하루 만에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취지와 다르게 비유가 적절치 못했던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개로 사과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불안 심리’가 올라왔다. 여권 관계자는 “컷오프 후폭풍이 시작됐다”며 “올 것이 왔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당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에 빗대 “오히려 바람이 너무 일찍 부는 게 아닌가”라는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서울 격전지에 있는 여권 관계자는 “3월 중순 즈음에 늦게 바람이 부는 게 나은데, 총선이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지지율이 너무 빨리 올랐다”고 말했다. ‘진박공천’으로 몸살을 앓았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당시 김무성 대표의 ‘옥쇄 파동’이 3월 중순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보름을 남겨놓고도 선거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통상업무에 돌입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 위원장 일정은 대외비”라며 “오늘은 당사로 출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모습을 감추자 일각에서는 “컷오프 반발을 예상하고 자리를 피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공천 실무에 참여하는 장동혁 사무총장도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