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제목부터, ‘연상이 내 취향인데 이제 없어’,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라는 글 등 노년의 삶을 희극으로 보여주는 어르신들의 표현이 웃음짓게 하면서 묘하게 슬픔을 남기며 덮게 되는 책입니다. 표지의 빨강, 그러면서도 단정한 그림과 함께 큰 글씨로 쓰여진 책은 어르신들과 함께 읽어도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느 책에서인가, 의예과 학생들에게 ‘노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와 ‘어르신’이라는 단어로 말했을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를 실험한 내용이 생각납니다. ‘노인’이라는 단어에는 우울함, 답답함, 꼬장꼬장함, 궁상맞음 등의 연상어가 따라왔지만, ‘어르신’이라는 단어 뒤에는 지혜로움, 존경, 리더십, 경험, 재력, 지식 등의 연상어가 따라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우울하고 답답하고 꼬장하고 궁상맞은 꼰대 같은 노인이 아니라, 지혜롭고 존경받고 경험이 많고 재력이 있는 깐부 같은 어르신이 되고 싶은데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을 읽으면서 이런 위트가 있는 어르신으로 늙어가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을 볼품없이 만들 것인지, 우아한 모습으로 그리며 살 것인지는 ‘지금부터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달렸구나’라는 생각에 용기를 얻습니다. 나의 노년이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는 ‘어른’의 모습이길 기대합니다.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