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카오엔터 피콕팀 “K웹툰·웹소설 불법유통 잡으려 잠입조사까지 하죠”

입력 2024-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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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 2021년 업계 최초로 전담 대응팀 운영
지난해 하반기 삭제한 불법물은 2억800만 건 넘어
현지 커뮤니티 잠입조사에 언더커버 자처한 웹툰 팬들 활약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P.CoK)이 회의하는 모습.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P.CoK)이 회의하는 모습.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최근에 아랍어로 된 욕설이 담긴 수십 통의 항의 메일과 디엠(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았습니다. 욕을 많이 들을수록 오히려 우리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 뿌듯하죠.”

K컬쳐 열풍과 함께 K웹툰·웹소설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불법유통 문제도 해외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불법유통은 웹툰업계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 의욕에도 적잖은 타격을 준다. 2021년 업계 최초로 설립된 글로벌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대응팀 ‘피콕팀’의 활동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만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P.CoK·이하 피콕팀)을 만났다. 권영국 파트장 외에 2명의 팀원은 신원이 드러날 경우 향후 잠입 조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해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이 팀은 지난 19일 지난해 하반기 활동 성과를 담은 4차 백서를 공개했다. 이들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삭제한 불법물은 2억800만 건이 넘는다. 이는 3차 백서(2022년 11월∼지난해 5월) 대비 14배 이상, 1차 백서(2021년 11월∼2022년 4월) 대비 8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피콕팀의 권영국 파트장은 “불법 유통 사이트들이 도메인이나 호스팅 업체를 바꾸는 등 차단이나 삭제 조치를 피하려고 교묘하게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사이트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고 도메인 일부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변경 패턴을 파악해 대응 구조를 구축한 것이 단속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내의 경우 ‘xxx001.com’이라는 도메인을 쓰던 불법유통 사이트의 주소가 차단되면 ‘xxx02.com’로 주소를 변경하거나, ‘xxx.com’에서 ‘xxx.io’로 뒷 도메인만 바꾸는 패턴을 미리 파악해두고 변경 시 바로 단속·신고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아직 웹툰이 공식 서비스되지 않는 아랍, 남미, 베트남 등 단속 언어권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커뮤니티 사이트에 잠입조사에 들어간 것도 주효했다.

최근 아랍어권 등 일부 해외 지역에서는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법 웹툰 파일이 배포되는 등 불법 유통 수법이 더욱 은밀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사각지대나 변수가 워낙 많다 보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불법유통 단속도 한계가 있다. 피콕팀이 잠입조사와 같은 수작업에 가까운 조사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영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P.CoK) 파트장이 22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불법유통대응 백서'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영국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P.CoK) 파트장이 22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불법유통대응 백서'를 들고 있다.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권 파트장은 “해외에서는 웹툰 커뮤니티 사이트가 굉장히 활성화돼있고, 커뮤니티 운영자가 불법 유통의 리더인 경우가 많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한 정보 수집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잠입조사 과정에서 피콕팀으로 특정돼 ‘강제퇴장’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인도네시아권을 담당하는 하니(가명)는 “작년 11월쯤 X(구 트위터)를 통해 피콕팀의 잠입조사 성과를 공개하고 ‘조심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올린 적이 있었다”면서 “그때부터 커뮤니티 관계자들이 피콕 팀원을 추적했고, 우리가 사용한 메신저앱 디스코드 아이콘만으로 특정해 (커뮤니티에서) 쫓아내고 디엠으로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SNS를 통해 저작권 인식 강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한 결과 최근에는 일부 K웹툰 팬들이 ‘언더커버 요원’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중어권을 담당하는 제노(가명)는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 사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메일이나 SNS를 통해 불법유통 현황을 알려주거나 불법유통 사이트 관계자의 신원을 특정해 제보해주고 있다”면서 “불법적으로 유통됐을 때 자신들이 좋아하는 웹툰의 작가가 어떤 피해를 보는지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통해 알린 결과 같다”고 전했다.

피콕팀은 이번 4차 백서를 통해 불법유통 단계별·국가별 침해 대응 전략을 수립한 만큼 앞으로의 백서에는 법적 대응 결과와 처벌한 사례를 담는 것을 단기 목표로 세우고 있다. 권 파트장은 “무인도에서 구조되려면 디즈니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디즈니는 저작권 침해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디즈니처럼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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