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한 달간(1월 22일~2월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8조606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거론됐던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다음날인 18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보면 외국인은 9조1770억 원을 쓸어 담았다. 이 기간 개인은 10조7650억 원을 순매도, 기관은 1조7095억 원 남짓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순매수량이다.
1년 전 이 당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액은 불과 3조6630억 원이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액이 불과 1년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는 2거래일(15일/21일)을 제외하고 매일 코스피를 1000억 원 이상 순매수 우위를 보여왔다. 일 평균 순매수액은 4697억 원인 반면, 순매도했던 15일과 21일의 규모는 각각 93억 원과 648억 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11일(2조2962억 원)에 이어 이달 1일(1조452억 원)과 2일(1조9344억 원)에는 1조 원 넘게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를 통틀어 외국인이 하루 기준 코스피를 1조 원 이상 순매수한 거래일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2022년 11월 30일(1조1446억 원)이 마지막 기록이었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1조5590억 원)에 이어 SK하이닉스(8626억 원), 기아(5927억 원), 삼성물산(5789억 원), 삼성전자우(4825억 원)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반면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LG화학(-3528억 원), 삼성SDI(-2970억 원), NAVER(-2198억 원), LG생활건강(-1069억 원) 등이다.
다만 오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발표 이후 저 PBR 내에서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배당락 이슈 등으로 종목별 차별화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외국인의 고강도 순매수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차익실현 수요가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PBR이 낮은 종목 위주로 자금 유입이 활발했던 점도 정책 발표를 계기로 한 차례 리밸런싱 압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외국인의 추가 수급 여력이 남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순매도분과 비교했을 때 아직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최근 강한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밸류업 가동 이후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인 더블카운팅(상장 기업의 가치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의 추가 매수 유인이다. 더블카운팅이 해소되면 시가총액과 지수 간의 괴리율도 축소될 수 있다.
시총과 지수 간 괴리율이 높은 평가를 받는 국내 지수의 2000말 이후 상승률은 425.8%에 불과했지만, 시가총액은 무려 1093%가 증가했다. 이 기간 미국 S&P 시장은 시가총액 상승률(373%)보다 지수(377%)가 더 높게 오른 모습과 대조적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26일 발표될 세부안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할 내용은 이 격차를 줄이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될 것”이라며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 중 가장 큰 더블카운팅 이슈의 완화는 자연스레 주가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