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DJ키즈’ 정동영 전 노무현 정 통일부 장관이 고향 전북 전주병 지역구에서 5선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MBC 앵커 출신으로 1996년 1월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정 전 장관은 그해 6월 15대 총선에서 당시 전주 덕진 지역구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시작됐다.
전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만 4선을 지낸 지역의 맹주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부총리급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한반도‧외교 정책 전문가다. 정치인으로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7대 대선에서 민주당계 대통령 후보로서 정권을 내주기도 하고, 서울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하며 정치 영향력의 한계를 시험받기도 했다.
22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전주의 해결사’로, ‘싸우는 개혁가’로 힘을 보태고 싶다는 정 전 장관과 17일 지역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다. 이날 기자와 만난 정 전 장관은 “싸워야 할 때”라는 슬로건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위해 마지막으로 정치적 고향인 전주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와 민주당 그리고 이 대표를 지키고 전북과 전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전주가 소득, 세금, 정치적 존재감 등에서 전국 꼴찌를 달리는 수준일 뿐 아니라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 80% 삭감 등으로 망신살을 뻗치지 않았나”며 “먼저 지역을 위해 싸우고, 또 윤석열 정권의 조기 종식을 위해 국민의힘 의석을 100석 미만으로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전주 민심은 “전북에는 투사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민생 폭망, 언론 장악, 검찰을 도구로 한 정적 죽이기가 정치를 대신한 지금은 정권을 심판할 사람이 필요한데, 전북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불만이 있다”면서 “그런 민심이 저를 불러낸 것”이라고 했다.
‘올드보이 출마’ 비판에는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며 경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의 ‘노장청(노년‧장년‧청년)’ 조화가 지금도 필요하다. 서로가 함께 있을 때 더 시너지를 내는 ‘상승작용’을 만드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 본인도 김 전 대통령의 노장청 조화의 일환에서 당시 40대 젊은 정치인으로서 정치에 입문했다.
정 전 장관의 입‧탈당 역사는 지난하다. 민주당계에서 보수 정당으로 이동한 적은 없으나, 그는 10번이 넘는 당적 변경을 한 기록이 있다. 그중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후보로 전주병에 출마해 낙선했던 일에 정 전 장관은 “오점”이라고 회고했다.
정 전 장관은 2016년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입당했으나, 2018년 바른미래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며 탈당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이후 2020년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과 민생당으로 신설 합당했다. 정 전 장관은 2022년 1월 17일 민주당에 복당했다.
그는 “다당제라는 목표는 물론 당시 호남에서 높아진 제3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 합류해 시작된 길이었지만, 지금 안 의원이 어디에 있나”며 “당시 안 의원에 대한 감별에 실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지대를 표방하며 창당한 이낙연 전 총리에 대해선 “명분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과는 20‧21대 총선에 이어 세 번째 맞대결이다. 20대 총선에서는 정 전 장관이 국민의당 후보로 승기를 잡았고, 21대 총선에서는 김 의원이 당선됐다. 당내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터뷰 당시 발표된 KBS‧전주MBC 등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과 선두권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정 전 장관은 22대 국회에 입성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주와 한국 사회를 위한 ‘개혁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지역 발전을 위해 전주 발전로드맵과 전북 홀대 극복을 위해 힘을 쏟는 동시에 중앙 차원에선 최악으로 치닫는 언론탄압 등의 문제에서 정부에 맞서기 위해 힘있는 중진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선 ‘강력한 민주당’으로의 정체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이 경제‧사회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법론에서 국민의힘과 차별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를 다시 ‘중도 진보’로 끌고 와야 한다”며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이 당에 투입돼 정체성 회복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대해선 이전부터 정 전 장관이 강조해온 의석수 확대를 기반으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착과 남북교류 회복 등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물러난 4년간 외교, 한반도 평화 정책 분야에 몰두했다”며 “이런 분야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