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앞두고 추진하는 범야권 비례위성정당에 속칭 '의원 꿔주기'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의원 꿔주기'는 위성정당이 등장한 4년 전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행한 꼼수다. 모(母)정당 현역의원이 자체 위성정당에 입당해 의석수와 연계된 투표용지 상위 기호와 거액의 선거보조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민주당 위성정당 추진기구 민주연합개혁진보선거연합(민주연합) 추진단 핵심 관계자는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성정당에 의원을 보내는 건 투표지 앞 기호를 받으려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비례 후보를 낸다는 정당이 수십 개"라며 "새 당을 만들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로 당명이 아래 있으면 선거에 불리한 것은 분명하다. 준위성정당 측면에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내 교섭단체 기준인 20명 규모로 옮길지에 대해선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으면 모자란 의석 50%를 비례대표로 배분)가 처음 도입된 직전 총선에서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한 정당은 35개였다. 준연동형제에 따른 군소정당 난립으로 투표용지 길이가 48cm를 넘어서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용지에는 20석의 민생당이 가장 높은 3번 기호를 받았다. 거대양당이 지역구 후보만 내고 비례 공천은 각 위성정당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기호 순번을 높이기 위한 '의원 꿔주기'는 이때 벌어졌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각각 17석·8석으로 민생당에 이은 기호 4·5번을 받았다.
선거법상 정당 기호는 의석수에 따른다. 기본적으로 지역구 5석 이상 또는 직전 선거 득표율 3% 이상 득표 조건을 충족한 정당에 한해 전국 통일기호가 우선 부여된다. 해당 조건 외 정당은 의석수, 직전 득표율, 정당 명칭(가나다순) 등을 고려해 기호가 결정된다.
선거 직전 급조된 위성정당에 현역의원이 없다면 투표용지 최하단에 속하게 된다. 이날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은 49개다. 위성정당이 5석 미만이라면 녹색정의당(6석)은 물론 현재 지역구 4석을 확보한 개혁신당 등보다 낮은 기호를 받을 수 있다. 한국당·시민당에는 각 모정당에서 불출마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합류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위성정당 꿔주기'를 위한 대대적인 출당 작업이 이뤄졌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불출마·낙천 의원들이 당적 변경 1순위가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이날까지 의원 12명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기호뿐 아니라 선거 필수 요소인 '돈'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선거보조금 배분 기준에 따르면 20석 이상 교섭단체 구성 정당에 총액 50%를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은 총액 5%를 받는다. 5석 미만 정당과 원외 정당이라도 최근 선거 득표율 2%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하한다면 총액 2%를 받을 수 있다.
당시 17석이었던 한국당이 교섭단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지급 기준일 직전 통합당 의원 3명을 추가 확보해 선거보조금 61억여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8석 시민당도 24억여원의 국고를 받았다. 두 위성정당은 선거 후 2분기 경상보조금(한국당 19억여원·시민당 9억여원)까지 타내고 각 모정당에 흡수합당됐다. 이번 총선의 선거보조금 지급 기준일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내달 22일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위성정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도 '의원 꿔주기'를 검토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번호를 몇 번 받기 위해 억지로 현역의원들을 보낸다기보다 비례정당을 만들거나 비례정당에서 공천하는 과정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대원칙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문턱을 낮추자는 준연동형제 취지를 거스르는 위성정당을 양당이 확정하면서부터 '꼼수 경쟁'이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양당이 반쪽 준연동형제를 하기로 결정한 날부터 꼼수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더한 꼼수를 쓰는 꼼수 경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라며 "(위성정당에) 갈 의원들은 넘친다. 양당이 그런 꼼수를 써도 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도를 걷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