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대 여성 고용률이 가파르게 오른 배경에는 비혼·만혼에 따른 경제활동 유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 고용률은 2014년 56.3%에서 2017년 59.4%, 2020년 61.3%, 지난해 68.0%로 올랐다. 최근 12년간 상승 폭은 11.7%포인트(P)다. 여기에 전반적인 근로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30대 여성은 만혼·비혼 등으로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긴 정보통신업 등에 잔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전체 여성 고용률이 50%를 넘어선 2015년 이후 합계출산율이 급감한 점을 근거로 여성 경제활동 증가가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언론사 강연에서 “2015년만 해도 1.24명이던 출산율이 2022년 0.78명으로 곤두박질쳤다”며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할 동기가 늘어나면서 ‘일이냐 아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일을 선택하는 과정이 2015년 이후 활발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 경제활동 증가를 저출산의 원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2000년 이후 여성에서 고용률이 가장 많이 오른 연령대는 50대다. 50대 고용률은 출산율과 무관하다. 현실에선 50대 출산도 종종 발생하지만, 출산율 산정의 모수는 15~49세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연령대는 20·30대다. 다만, 20·30대 여성 고용률이 급격히 오른 건 비교적 최근이다. 20대 여성 고용률은 2005년 60%를 넘어선 후 2021년까지 줄곧 50%대 후반을 유지하다 2022년 다시 60%를 넘어섰고, 30대 여성 고용률도 2022년부터 급등하고 있다. 2022년 전까진 20·30대 여성 고용률이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았음에도 출산율이 수직 하강 중이다.
이들의 고용률 상승은 출산율 감소의 원인보단 비혼·만혼의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로 계산한 30대 여성의 미혼율은 2014년만 해도 20.8%에 불과했으나, 2017년 25.3%, 2020년 29.9%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엔 35.7%까지 상승했다. 9년간 상승 폭은 14.9%P에 달한다. 미혼율이 오르면 휴직·이직 여성이 줄어 고용률이 오른다.
출산율 감소에는 여성 고용률보단 취업형태 변화와 취업비용 증가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2022년 서울 외 시·도에서 서울에 전입한 20대 여성은 총 6만8000여 명이다. 20대 여성은 다른 성·연령대와 비교해 서울 쏠림이 심하다. 취업 과정에서 지역이동이 발생하면 매몰비용과 결혼·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비혼·만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용지표에서 여성 고용률을 높이지만, 인구지표에선 조혼인율(혼인율), 출산율을 낮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