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점하던 반도체 공정제어환경 분야에 국산화를 통해 초정밀 온습도 제어장비(THC)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워트가 노광장비(EUV)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정 등 전ㆍ후공정 모두에 들어가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는 HBM 전ㆍ후공정 한 라인마다 하나씩 들어갈 경우, 워트는 급증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워트의 반도체 전공정인 EUV에 쓰이는 초정밀 온습도 제어 장비를 세부 조정하면 HBM 적층 공정에서도 쓰일 수 있다.
워트 관계자는 “기존 장비를 HBM 적층 공정에도 쓸 수 있는 기본 사양은 동일하다”며 “세부 스펙이 다른데 커스터마이징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부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HBM에 워트 장비가 공급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장비는 이미 적층 후공정에 공급된 이력이 있다고 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는데,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4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이고 D램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본격화했다.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회복과 생성형 AI 관련 수요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 메모리 사업 전체적으로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관련 HBM과 서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메모리 사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 53%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38%로 2위다.
이에 워트는 HBM 수요 급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HBM 관련 수요 대응에 나서면 관련 장비 업체들도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워트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의 핵심 공정에 필요한 환경제어 시스템을 개발ㆍ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 THC, 팬필터유닛(FFU), 초정밀 항온기(TCU) 등이다.
THC는 반도체 포토공정 중 코팅 공정과 노광공정을 마치고 나온 웨이퍼를 현상하는 공정의 각 격실에 미립자, 초정밀 온습도, 미량가스(NH3, ACID 등)를 제어한 공기를 공급하는 장비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세메스, 제우스, ATI 등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등이다.
밸류체인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제품군을 극저온 칠러, 세정설비용 THC 등으로 확장하는 한편, 현재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극자외선 EUV 칠러 및 TCU 개발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