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게임산업 옥죄기에 돌입했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게임이용자 권익을 높이는 게임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는 그동안 이미 대다수의 국내 게임사가 자율규제로 이행해온 부분이 포함되면서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게임산업을 홀대해왔으나, 지난해 11월부터 공약 이행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저와 이 정부 입장에서는 게임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여기에서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사업자끼리 공정한 경쟁 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게임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은 게임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고 게임 아이템 소액사기 전담인력 배치 및 아이템 환불전담창구 운영을 의무화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는 게임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외쳤지만, 정작 산업 진흥과 육성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어 알맹이 빠진 혁신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영근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확률형아이템 규제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성장을 주춤하게 만든 제2의 셧다운제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등으로 원천봉쇄를 하는게 아니라 자율규제나 모니터링을 통해 부작용을 풀어나가야 하는데 정부가 산업 육성보다는 안전하게 가기 위해 과도한 규제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K-콘텐츠 수출을 견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발표를 보면 여전히 게임산업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인식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며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보강하고 이용자를 보완하는 것도 오케이인데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면서 진흥책은 전혀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정부는 ‘먹튀 게임’을 국가 차원에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외게임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국내 대리인 제도를 통해 해외 게임사에 의무를 지우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국내에서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를 대상으로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대다수의 먹튀 사태들가 해외 게임사라는 점을 비춰보면 이번 정책으로 먹튀 사기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2020년 동북공정 논란으로 국내 서비스를 돌연 종료한 중국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 중국 유주게임즈의 2019년 리그오브엔젤스 2021년 삼국지혼 2022년 홍콩 게임사인 디밍게임즈의 배틀삼국지 서비스 종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3월 22일부터 시행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도 이미 자율규제를 통해 국내 게임사들은 준수하고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해외 게임사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지난해 6월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업체는 98%가 유료 확률형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를 준수했지만 해외 게임의 경우 56.3%만 이를 지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추가 입법을 통해 국내에 주소나 영업장이 없는 해외 게임사에 대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여하고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와 협업해 법 미준수 게임물의 유통 금지를 추진할 방침이다.
전병극 문체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후브리핑에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와 관련해 “전자상거래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현실적으로 (제도 도입 전까지) 공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3월 중 게임 진흥 방안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 차관은 “게임 산업이 지속 성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며 “현재 방안을 논의 중인데 3월 중에는 진흥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