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100년 정당'

입력 2024-01-29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6년 전인 2018년, 거대양당 카르텔을 무너뜨리겠다며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합당했다. 바른미래당의 탄생 배경이다. 합당 실무를 맡은 한 의원은 "100년 갈 굳건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고, 각 당 수장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하고 새 역사를 쓰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 간판은 100년은커녕 2년 후 21대 총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내려갔다. 섣부른 합당에 집안싸움만 거듭했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이 눈앞에 왔다. 선거철이 되자 바른미래당처럼 제3지대를 표방하는 신당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거대양당에 짓눌린 정치를 바꾸자는 논리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분명 양당 정치의 폐해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신당 그룹이 한목소리로 총선용 급조정당이 아닌 대안정당을 주장하고, 30석 혹은 50석 등 목표 의석을 공수표처럼 남발한 만큼 진지한 준비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조립식 정당이 아닌 100년 정당이 목표"라더니 최근 개혁신당으로의 흡수합당을 택했다. "100년 갈 이름이라 함부로 버릴 수 없다"던 당명은 창당 2주일차 개혁신당의 슬로건이 됐다. 창당 반년도 안 돼 초대 상임대표·사무총장이 흡수합당에 쓴소리를 뱉으며 탈당한 것은, 한국의희망이 창당 핵심 멤버에게조차 희망을 보이지 못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사실상 같은(반이재명) 이유로 민주당을 떠났지만 개별 창당을 추진해온 새로운미래와 미래대연합도 한 배를 타기로 했다. 예견된 수순이다. 애당초 자생 목적의 창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잠정 당명은 개혁미래당이라고 한다. 또 다른 신당 새로운선택도 홈페이지에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뭉쳤다"고 밝혔지만, 물밑에선 개혁신당과 바로 손잡을지, 새로운미래 아니 개혁미래당과 먼저 연대할지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치 앞 총선을 의식한 창당과 합종연횡은 더이상 생경하지 않다. 당의 근간인 정강정책은 차치하고라도 당 자체를 경쟁하듯 속전속결로 만들고 부수고 합치면서 '개혁', '미래', '100년 정당'을 아무리 외친들 누가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과오를 답습한 결과는 지난 총선에서도 나타났듯 양당 정치 심화다. 스스로의 당선을 넘어 진정 국민의 '새 선택지'가 되고자 한다면, 그 약속의 무게와 책임을 마음에 새기고 총선이 끝나도 정치 개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성심당 대전역점’이 없어진다고?…빵 사던 환승객들 ‘절망’ [해시태그]
  • 경찰, 김호중 방문한 고급 유흥주점 새벽 압수수색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부동산PF 구조조정 시계 빨라진다…신평사 3사 "정부 대책 정상화 기여"
  • "전쟁 터진 수준" 1도 오를 때마다 GDP 12% 증발
  • 유니클로 가방은 어떻게 ‘밀레니얼 버킨백’으로 급부상했나
  • AI 챗봇과 연애한다...“가끔 인공지능이란 사실도 잊어”
  • 오늘의 상승종목

  • 05.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109,000
    • +0.66%
    • 이더리움
    • 4,341,000
    • +1.59%
    • 비트코인 캐시
    • 663,000
    • +2.63%
    • 리플
    • 724
    • -0.14%
    • 솔라나
    • 240,900
    • +3.3%
    • 에이다
    • 670
    • +0.45%
    • 이오스
    • 1,131
    • -0.7%
    • 트론
    • 172
    • -0.58%
    • 스텔라루멘
    • 151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050
    • +1.99%
    • 체인링크
    • 22,610
    • +1.25%
    • 샌드박스
    • 619
    • -0.1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