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전규제’ 플랫폼법 밀어붙이겠다는 공정위

입력 2024-0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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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육성권 사무처장이 어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소수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함에 따라 소비자,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두 발언은 판박이나 마찬가지다. 기필코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공정위 의중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플랫폼법은 ‘공룡’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일정 행위를 제어하는 제도적 장치다. 전형적인 사전 규제다. 지배적 사업자들은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입점) 제한, 최혜대우(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등을 할 수 없다. 어제 발언은 출입기자단과의 차담회 형식을 통해 나왔다. 업계 안팎에서 신중론이 계속 개진되는 데다 미국의 반대까지 더해져 입법 탄력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자 쐐기를 박겠다고 나선 셈이다. 육 처장은 “법안에 대한 오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공정위 의지가 그 얼마나 굳건하든 미래는 불투명하다. 다른 무엇보다 집단 반발이 쏟아지니 탈이다. 벤처기업협회는 어제 성명을 내고 ‘중복 규제’ 시각을 분명히 했다. “자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실질적으로 더 무겁게 부과하는 것이 돼 성장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해외 투자자도 한국 시장을 외면할 것”이라고도 했다.

벤처기업협회만이 아니다. 공정위가 권익 보호 대상으로 여길 플랫폼 입점사업자들조차 얼마 전 입장문을 내고 법 제정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공개 반대했다. 이 포럼은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다. 그냥 덮을 수 없는 반대 물결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오해’ 같은 한가한 낱말만 찾는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인가.

공정위의 플랫폼법에 장점과 미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편익보다 비용이 큰 입법은 큰 폐를 끼치게 마련이다. 그 어떤 큰 비용이 발생할지는 여러 관련 단체 반대론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제적 시야에서 보면 대개 ‘영세 사업자’ 수준이란 점부터 문제다. 실제 공정위가 지정한 82개 대기업 중 7개 정보기술(IT) 업체의 매출액을 다 합쳐봐야 미국 5대 IT 기업의 3%에도 못 미친다. 공룡이 아니라 병아리에 가깝다. 이런데도 국내 플랫폼 기업에 사전 규제를 가해 싹을 짓밟는 게 타당한가. 기존 법제를 통한 통제가 가능한데도 굳이 새 규제의 칼을 드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독과점화된 대형 플랫폼의 폐해”를 언급했다. 공정위가 성난 황소처럼 한사코 입법 쪽으로 달려가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지시가 깔려 있다 해도 방향 착오 가능성마저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돌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통령을 돕는 일이 될 수도 없다. 더 늦기 전에 폭넓게 여론을 수렴해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국내 잡음만 도지는 게 아니라 외교·통상 분란까지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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