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서 ‘유가전쟁’으로 전환?…판매가 인하에 국제유가 급락

입력 2024-01-09 14:24 수정 2024-01-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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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작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
아람코, 아시아용 수출 가격 2021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낮춰
감산 노력 한계 도달 판단한 듯
공급량 늘려 점유율 회복·미국 셰일산업 고사 의도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전격적으로 공식 판매가를 내리면서 현행 감산 정책을 폐기하고 ‘유가 전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리더인 사우디의 원유 수출 가격 인하 소식에 3~4% 급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1% 급락한 배럴당 70.77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3.4% 내린 배럴당 76.12달러로 지난해 12월 12일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가 전날 대표적 유종인 아라비안라이트(AL)의 2월 인도분 아시아용 수출 가격을 배럴당 2달러 인하해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자 사우디가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격 인하 결정으로 사우디가 현행 감산 정책을 이어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사우디의 감산 노력은 이미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들이 모인 OPEC플러스(+)가 유가 부양을 위해 협조 감산에 나섰지만, 이들 국가의 작년 12월 석유 생산량은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앙골라,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이 증산에 나서면서 사우디를 비롯한 나머지 회원국의 감산 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복병’인 미국의 셰일유 생산량까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OPEC+의 담합 시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다수의 요인이 겹치면서 후퇴하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등 중동 정세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그룹 애널리스트는 “설령 공급에 영향이 있다고 해도 수요가 너무 약해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불안 등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번 가격 인하가 유가 전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가에서 에너지 분야 베테랑으로 꼽히는 폴 샌키 샌키리서치 대표는 “사우디가 감산 정책으로 유가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석유를 대거 풀면서 가격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는 2014년과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도 유가 통제력을 되찾기 위해 비슷한 전략을 펼쳤다. 원유 채굴 손익분기점이 훨씬 더 낮은 점을 이용, 추가 공급으로 유가를 낮춰 미국 셰일산업을 고사시키겠다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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