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규제·연체율 상승 '자금경색'
유동성 불안 커져 리스크 관리 주력
카드사들이 지난해 현금 보유량을 대거 늘렸다.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되며 유동성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자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의도로 풀이된다.
7일 금융감독원 및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예치금은 6조27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조8811억 원을 달성했던 전년 말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카드사들이 돈을 쌓아두는 것은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여전채 금리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3% 후반대를 보이던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6월 이후 지속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후 10월에는 4.938%까지 올라 5%에 근접하기도 했다. 12월 들어 여전채 금리가 다소 낮아졌으나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리스크는 계속 존재한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자 카드사들은 너도나도 리스크 관리에 주력했다. 현금 보유량을 늘리며 곳간을 미리 채워왔다는 얘기다.
전업 카드사 중 자금을 가장 많이 쌓은 곳은 삼성카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총 1조8182억 원의 현금을 확충했다. 이어 △신한카드(1조1125억 원) △현대카드(9046억 원) △롯데카드(8680억 원) △KB국민카드(5765억 원) △하나카드(5079억 원) △우리카드(4861억 원) 순이었다.
현금 자산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의 현금 자산은 2022년 말(4078억 원)과 비교했을 때 약 172% 급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도 162% 증가했고,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도 현금 자산이 50% 이상 늘었다.
반면 우리카드의 현금 자산은 소폭 감소했다. 우리카드는 2022년 말 7977억 원에서 지난해 4861억 원으로 줄었다.
자금운용이 원활하게 되지 않은 것이 카드사들의 현금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카드론 규제와 연체가 심화되면서 자금 운용이 제한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할부금융의 경우 수수료가 높은 만큼 수요가 떨어져 조달한 자금들이 원활하게 운용되지 않아 현금 보유량이 늘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