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창당 연기…'원상'도 탈당 등 유보
이낙연 측 "유턴 어렵다"지만…동력 의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사태가 최고조로 치닫던 계파 갈등에 급제동을 걸었다. 신당 깃발을 든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창당 선언은 물론 이 대표 사퇴 등 당에 고강도 쇄신을 요구해온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모임 '원칙과 상식'의 거취 표명도 보류됐다. 이 대표 피습이 내홍 수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2일) 부산 일정 중 흉기를 든 60대 남성으로부터 습격당했다. 목 부위 자상을 입은 이 대표는 내경정맥이 손상돼 서울대병원에서 2시간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치료 중이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 건강은 호전 중이지만, 일반 병실로 옮길지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이 대표 피습을 계기로 4·10 총선 일정에 맞춰 지도부 압박 수위를 높여온 비명계의 행보도 얼어붙은 모습이다.
우선 이 전 대표는 1일 행주산성 신년인사회에서 신당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이번 주 내 탈당·창당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습 사태 이후 일정을 뒤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2일에도 언론 인터뷰,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여러 일정을 소화했는데, 피습 이튿날인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잠행에 들어갔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김종민 의원이 참여하는 '원칙과 상식'도 당초 이날 거취와 관련한 소위 '최후통첩'을 이 대표에게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피습 사건과 맞물리면서 순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은 이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을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불출마 등을 시사했다. 하지만 당무 중 괴한에 의한 피습으로 생사 기로에 놓였던 이 대표에 대한 정치권 전반의 동정 여론이 커지면서 당장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지도부 등 친명계는 피습 사태가 이 전 대표 등 비명계와의 화합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엄중한 시기인 만큼 모두의 마음이 합쳐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면서도 "단합 열쇠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니라 그분들이 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음을 조금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공존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총선 승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차분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탈당하거나 분당하려는 분들과 봉합할 수 있는 계기를 민주당 스스로가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도 가장 본인의 끝에 있는 분들부터 손을 내미는 통합의 메시지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비주류가 이미 이탈 동력을 잃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힌 민주당 의원은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다. 더구나 이 대표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명' 외 뚜렷한 아젠다가 없는 신당 창당 시간표까지 늦어지면 고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안민석 의원은 2일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신당 명분은 반이재명으로 국가 사회적인 아젠다가 없다. 계속 병석에 있는 이 대표를 공격할 수 있겠나"라며 "이낙연 신당의 바람은 이미 잦아들 수밖에 없고 멈출 수밖에 없다. 신당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과 '원칙과상식'도 정치 도의상 일정을 멈췄을 뿐 이 대표가 회복되면 관련 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은 약간의 멈춤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도의적인 문제"라면서도 "일단 이 방향(창당)으로 가는 건 변함이 없다. 당장 도로 유턴할 수는 없는 상황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원칙과상식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기자회견이나 입장 표명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향후 행보에 대해선 "전혀 계획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