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하락에 대출문 좁아져 '악순환'
'연체율 늪' 카드사 건전성 악화도
지난달 빚을 돌려막는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액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고물가에 자금난이 극심해진 가운데 연 20%에 달하는 고금리 카드론으로 연체를 막는 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59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664억 원) 대비 49.6% 증가한 수치다. 전월(1조4903억 원)대비 1057억 원 늘어 올해 월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받는 차주들이 만기 내 갚지 못하면 연체 고객을 재평가한 후 다시 대출을 내주는 상품이다. 당장은 연체를 피하고 상환 기간이 늘어나게 되지만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총 이자는 늘게 된다. 빚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신용점수도 내려가게 되고 대출 문도 좁혀지게 된다.
실제 중저신용자에 해당하는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KCB 기준)의 카드론 금리는 연 16.14~18.40%다.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근접한 수준이다. 신용점수 401~500점 구간의 저신용자에게 카드론을 내준 카드사는 KB국민카드가 유일했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함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올해 최대를 기록했다. 11월 말 기준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6245억 원으로 지난달 다소 주춤했던 증가 폭이 다시 늘어났다. 카드사들의 결제성 리볼빙 금리가 올랐음에도 고물가 여파로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탓에 소비자들의 자금 수요가 리볼빙 서비스로 몰린 것이다.
카드업계는 카드론 대환대출과 리볼빙 이월잔액 증가로 카드사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카드론 취급을 축소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환대출이 늘어 역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이 ‘연체율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에도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고금리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크게 증가하며 카드사의 수익구조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가계의 실질 소비 여력 제약이 지속돼 여전채 금리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카드사의 수익성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