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ETF는 한 국가 자본시장의 특성을 모두 담고 있다”며 “거래소의 시스템과 예탁결제원의 인프라, 한 당국의 법규, 시장 참여자의 생각 등에 운용사의 아이디어가 결합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자금이 어느 종목에 쏠리는지만 볼 수 있는데 ETF 시장은 온갖 이슈를 이야기해준다”며 “최근 월배당 ETF에 이목이 쏠리는 것을 보면 고령화 사회에서 매달 현금 받는 캐시플로우나 연금에 대한 투자자 니즈가 커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식”이라고 했다.
이 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는 전략ETF운용본부는 자산운용사의 연구개발(R&D) 본부라 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운용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의 유일한 조직”이라며 “투자자가 가져갈 결과물에 집중해 더 나은 수익을 가져갈 상품을 개발하는데 조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ETF 시장의 성장 비결로 △ETF 대중화 △상품 다양성 △거래 편의성 등을 꼽았다.
이 본부장은 “15~16년 전만 해도 ETF가 혁신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대중화에 성공해 신생 사업이 아니다”라며 “과거 적립식 펀드가 그랬듯, ETF는 국민 재테크 반열에 올라왔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덩치”라고 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가 연금 계좌 등을 통해 장기 투자를 분명히 하며 ETF 활용이 늘었다”며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나 나스닥100에 실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자재와 채권 등 모든 투자 아이디어를 주식을 거래하듯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며 “다양성과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는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결코 ETF를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올해 ETF 시장에 대해 “채권 ETF가 투자자에게 투자의 유니버스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한해”라며 “고금리 일드(수익률)에 투자하려는 보수적인 투자자도, 금리 인하에 베팅하려는 장기 채권 투자자도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제도적 차원에서 아쉬움은 있었다. 이 본부장은 “아직 ETF 시장에서 상관계수 규정 등으로 액티브 펀드 전략이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다”며 “액티브 투자 운용에 있어 제한 사항이 생기는 점이 완화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국내는 레버리지 ETF 수요를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라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3배 레버리지가 ETF에서 불가능하다거나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교육 이수를 받아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는데 해외 시장은 없어 역차별이 될 때도 있다”고 했다.
이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한 국내투자자)가 많이 산 종목에 투자하는 ETF가 나올 정도로 투자자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에 대한 제도는 일부 개선이 이뤄질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블룸버그는 국내 서학개미가 미국 레버리지 ETF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서학개미의 미국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 금액은 23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는 “금리가 높다 보니 사람들 눈높이가 높아져 15~16% 가까이 월배당을 지급하는 ETF들이 내년에 다수 소개될 것”이라며 “올해는 단기 테마 발굴에 집중했는데, 내년에는 기본으로 돌아가 S&P 500이나 나스닥100, 빅테크 등 거대 혁신 성장 테마가 재조명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선호해 테크에 대한 기본적인 트렌드는 계속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에셋운용의 내년 전략에 대해서는 일관된 방향성을 보였다. 이 본부장은 “미래운용은 혁신 성장과 연금 두 가지 주제로 고민하면 모든 전략이 포섭된다고 생각해왔다”며 “가장 좋은 솔루션을 찾겠다는 큰 목적 아래에 시장 상황만 바뀌면서 세부 전략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혁신 성장과 연금이라고 하는 두 테마를 중심으로 혁신성장주를 발굴하고 연금 시장이 중요해진 한국 사회의 구조를 반영한 상품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ETF 시장은 현재 대중성이 확인되면서 완연한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시점”이라며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ETF 시장에는 굉장히 많은 선택지와 솔루션이 존재한다. 찾고 있던 답이 ETF 시장에 있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