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흉강경(VATS)을 이용해 폐 절제술을 시행한 환자의 수술 후 통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개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재현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성용원 흉부외과 교수는 온도감응성 젤과 국소마취제를 혼합한 새로운 통증 치료제를 도입해 통증 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흉부외과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Annals of Thoracic Surgery’ 최신호에 게재됐다.
흉강경 수술은 약 1㎝에서 2㎝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고 기구를 삽입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집도의 손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벌리는 개흉술 대비 절개 범위가 작다. 따라서 통증이 적고 회복속도가 빠르며 합병증이 적다.
그러나 흉강경을 이용해 폐를 절제해도 늑골 근처에 위치한 촘촘한 신경망을 자극하기 때문에 안김랑호흡이나 기침을 곤란하게 만드는 지속적인 통증은 여전히 존재한다. 통증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다양한 심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수술 전후의 통증, 수술 후 급성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수술 부위에 가느란 카테터(Catheter)를 삽입해 국소 마취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흉막(폐를 둘러싼 얇은 막)의 유착이 심해 카테터를 삽입할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불가능했다. 출혈 합병증 및 상처 주변으로 약물이 누출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의료 현장에서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국소 마취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흉강경을 이용한 폐절제술을 시행하는 총 90명의 환자를 실험군에 45명, 대조군에 45명 무작위로 배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온도감응성 고분자(Poloxamer 407) 기반의 젤과 국소마취제를 혼합한 후 흉강경 수술 환자에게 주사형태로 도포한 경우 국소마취제의 사용량, 자가통증치료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사용량, 구제약물(데메롤, 마약성 진통제) 등의 의존 정도를 카테터로 투여하는 대조군과 비교했다.
연구에 사용한 온도감응성 고분자 기반의 젤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물질이다. 온도에 따라 물성이 변화하는 특징을 가져 상온에서는 쉽게 주사할 수 있는 형태다. 체온에서는 점도가 높은 겔 형태로 바뀐다. 수술 절개 부위에 이를 도포하면 약물이 72시간 동안 서서히 방출되는 원리다.
연구에 따르면 국소마취제 사용량은 대조군 대비 약 8분의 1로 적었지만, 통증조절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다. 수술 후 72시간 동안 펜타닐의 사용량과 구제약물 의존 정도가 비슷했으며, 오히려 48시간 내 구제약물 사용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연구 책임저자인 김관민 교수는 “새롭게 개발된 통증 치료법은 흉강경을 이용한 폐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 방법으로, 수술 후 환자들이 편안한 상태로 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재현 교수는 “적용 부위나 방법에 따라 조금씩은 다를 수 있겠으나 이 치료법은 사용 편의성이 매우 높아 간편하게 환자의 수술 후 통증을 관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