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진국 ‘성공방정식’ 배워야

입력 2023-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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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사)케이썬 이사장, 미래학회 부회장

한국은 기적 같은 성취를 이룩한 나라다. 한강의 기적,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 군사력이나 경제력 등에서 세계 6~13대 강국, 눈 떠보니 선진국 등 많은 면에서 성공한 나라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을 뒷받침한 것은 높은 교육열, 근면, 선택과 집중, 대기업 주도, 선성장 후분배 등의 추격형 경제 모델의 성공이었다.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기업,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스포츠, 음악, 영화계 인사 등의 활약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성공 모델, 추격형 모델의 이면에는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 소수가 이끌고 다수가 따라가는 사회의 효율성에 대한 신화가 자리잡고 있다.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의 성공신화에 도취

그러나 어느 순간에 우리의 성공 모델이 진정한 성공, 국민에게 자부심과 행복을 가져왔는가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 부동산 격차 등 각종 격차는 이제 세대, 남녀, 이념 등의 격차 또는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은 사회 구성원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고 사회의 유지나 재생산을 포기하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경제 성장을 달성한 나라가 또다시 유례없는 빠른 속도와 최저 수준의 초저출생 사회로 변하고 있다. 합계출생률 0.7 수준의 초저출생은 ‘나라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의 성공 신화에 도취되었다. 집단을 나누고 우열을 구분하는 방식의 효율성은 이제 나와 상대방을 나누고, 나는 우월하고 상대방은 열등하다는 잠재 의식이 자리잡고, 결국 모든 방면에서의 집단적 대립, 갈등 상태에 도달하였다.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젊은 세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하여 결혼과 출생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의 신화 속에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성장과 복지, 보수와 진보 등 모든 면에서 대립하고 있다.

이제 나라의 소멸을 가져오는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라는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니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라는 망령을 떨쳐버려야 한다.

한국이 반쪽 성공에서 실패한 나라가 되기 전에 우리의 성공 모델을 반성하고, 다시 선진국의 성공 모델을 배워야 한다. 지금의 선진국들도 이전의 성공 모델을 성찰하고 궤도를 수정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어 성공한 나라들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외적인 환경변화에 적응 및 진화해가는 경제개혁 및 구조개혁이라는 대응력을 갖추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회통합 등 균형발전 추구해야

또한 하나의 성취만을 우선시하지 않고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하였다는 것이 성공한 선진국들의 공통점이다. 선진국이 된 국가들은 경제성장, 사회통합, 삶의 질, 국제관계의 측면에서 모두 다른 발전 경로를 거쳤지만, 4가지 측면이 균형을 이루며 순환적 상승작용을 하였다. 특히 사회통합은 모든 선진국들이 달성하였고, 이 과정에서 변화가 가능한 국가의 모습을 보였다. 사회갈등에 대한 적극적 대응으로 사회통합, 사회적 신뢰를 이루고, 국내외적 상황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겪더라도 유연하게 적응, 조정, 변화를 거쳐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은 사회통합의 위기에 처해 있다. 사회 유지, 재생산이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 그 현상이 초저출생이지만, 지금과 같이 저출생 대책을 확대한다고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근본 원인인 서열화된 엘리트 사회라는 구조를 깨뜨리지 못하면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해법은 단순하지만 어려운 각종 격차를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생산적이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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