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식 대부분 확보해야 해 가능성 낮은 상황
낮은 매수 가격, 조건부 매수 계획으로 신뢰성↓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서며 2년 만에 ‘형제의 난’이 발발했다. 그러나 조 고문의 계획이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 고문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함께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목표 매입 주식 수는 총발행주식의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다. 총 매수 자금만 3863억~518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 고문 측은 공개 매수 목적으로 ‘최대 주주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어 경영권을 확보해 이를 안정화한 뒤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앤컴퍼니가 공시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고문은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지분 18.93%를 보유하고 있다. 목표한 공개매수 규모를 더하면 조 고문의 지분은 39.28%에서 46.25%까지 늘어날 수 있다. 조 고문에 우호적인 차녀 조희원씨의 지분 10.61%를 더하면 과반수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대주주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42.03%다. 조 고문의 계획이 성공하면 대주주 자리가 위험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 고문의 공개 매수 계획이 사실상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한국앤컴퍼니의 주요 대주주는 조 회장, 조 고문, 조 씨 등으로, 세 사람의 지분을 제외한 주식은 28.43%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앤컴퍼니가 자기주식으로 보유한 0.23%를 추가로 제외하면 시중에 풀린 주식은 28.2%까지 줄어든다.
즉 조 고문이 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이 보유한 물량의 대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은 전일 종가 1만6820원에 18.9%의 프리미엄을 더한 주당 2만 원이다. 그런데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해 2만1850원으로 마감됐다. 공개 매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개 매수가) ‘아니면 말고’ 식의 접근으로 보인다”며 “공개 매수를 할 정도로 매력적인 금액이 아닌 점, 조건부 매수 계획인 점 등이 신뢰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향후 주가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공개 매수 가격보다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된 상황에서는 계획된 공개 매수가 어렵다”며 “또한 목표한 공개 매수 규모가 유통되는 주식 물량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잡혀있는 부분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