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학회, 임상현장서 유용한 ‘아편유사제 처방지침’ 세계 최초 발표
최근 연예인 마약 혐의 이슈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자의 치료행위로 처방되는 마약성진통제(아편유사제, Opioid)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통증학회는 18일부터 이틀간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를 통해 전 세계 아편유사제 관련 지침을 참고해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맞는 ‘아편유사제 처방지침 2023’을 공개했다.
20일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해당 지침은 의사들이 아편유사제를 처방할 때 실제적이고 즉각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행동 지침이다. 통증학회 측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다양한 의사들이 지침을 참조해 아편유사제에 대한 안전하고 적절한 처방을 통해, 점점 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마약 문제 해결에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평복 대한통증학회 회장(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아편유사제 처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부작용이나 위험사례를 확인해 의료진이 불필요한 처벌에 노출되는 것과 환자들이 피할 수 있는 통증에 필요 이상으로 시달리는 피해를 입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마약성진통제의 오남용 방지에 앞장서 온 대한통증학회 주도로 우리나라 환경에 맞춰 세계 최초로 아편유사제 처방지침(TEN RULES)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아편유사제 처방 규제에 대한 논의도 다뤄졌다. 패널토론 중심으로 진행된 ‘마약성진통제의 안전한 처방 및 관리’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는 △마약성진통제 오남용의 실태 △제도상 보완해야 할 점 △향후 오남용과 관련된 의료인 및 환자의 처벌 및 관리방법 등이 논의됐다.
토론에 참석한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마약성진통제 오남용과 관련 대책으로 “환자에 충분히 설명할 수 있도록 관련 수가를 신설하고, 일정 교육을 받은 의사들에게만 마약성진통제를 처방하도록 해야 한다”며 “의사 사회 내에서 오남용 처방이 없도록 자정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대한통증학회 부회장(국립암센터 통증클리닉)도 “마약성진통제 처방에 대한 전문지식과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처방 의사의 교육 이수,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마련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토론회에서는 암성통증으로 고통받는 암환자나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져 버리는 복합부위틍증증후군 환자들처럼 반드시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의 현실과 오남용 처방 문제는 냉정히 구분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약성진통제 오남용 방지를 위해 천영훈 원장은 “의료용 마약류 빅데이터 활용서비스를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과 연계해야 한다. (마약성진통제)처방 시 팝업이 보이도록 하거나, 의료쇼핑 환자 알람 등 환자의 처방 요구 시에 반드시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영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정책과장은 “마약성진통제 처방 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의료쇼핑 정보망’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의사협회 등 임상현장 의사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처방관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평복 회장은 “의사들은 효과적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처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의사들의 아편유사제 처방에 대해 선별적이고 현명한 정책을 필쳐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아편유사제 처방)규제는 오히려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막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이번 지침이 처방하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되고, 우리사회 마약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