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통해 공정 효율화 및 품질 극대화 이뤄
“지난해 매출 2.1조 원…2030년 5조 원 목표”
“이미 2년 반에서 3년 가량의 제품 수주가 완료된 상황이고, HD현대일렉트릭이 해야 할 일은 납기일을 어기지 않고 잘 마무리하는 것 정도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후 2년 간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실적을 개선해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13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호황을 맞은 지금, HD현대일렉트릭은 2030년까지 연 매출 5조 원을 넘기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밝혔다. 그 중심에는 500kV 울산 변압기 스마트 공장이 있다.
7일 기자가 방문한 울산 스마트 공장은 공정 효율화를 통한 품질 강화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회사 측의 의지가 엿보이는 곳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0년 800억 원을 들여 스마트 공장을 건립했다. 당시 침체된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투자였다.
스마트 공장은 거대한 이중문과 간실을 통과해야만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설비는 ‘철심자동적층설비’였다. 변압기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공정인 철심 조립에 사용되는 특수 설비다.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상무는 “철심적층을 자동화로 진행 가능한 설비는 HD현대일렉트릭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며 “이러한 스마트 공장 역시 국내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설비 관리자가 살펴보는 가운데 철심자동적층설비가 0.23~0.3mm 두께의 얇은 전기강판을 길이, 형상대로 절단했다. 도면에 맞춰 절단품을 쌓아서 원형 형태로 조립하는 적층공정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진행됐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대용량 전력변압기의 철심자동적층설비를 개발, 적용하기 전까지는 4~6명의 작업자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1~2명의 관리 인력만 투입된다"고 말했다.
설비 도입 전체 공정 시간이 단축돼 변압기 생산성은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최대 90%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공장 관계자는 “자동화 설비 도입 이후 균일성이 높아졌고, 균일성 증가는 변압기 품질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날에도 250톤(t) 무게의 500메가볼트암페어(MVA) 초고압 변압기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여러 지역으로 납품할 제품이다. 85% 이상의 제품이 해외로 수출된다. 이 스마트 공장에서는 최대 10개까지 동시 건조가 가능하다.
조립 공정이 마무리된 제품은 공장 내 시험실로 이동시켜 안전성 시험을 거친다. 임펄스 제너레이터(충격기)라는 장비를 통해 낙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변압기 충격 검사를 진행한다.
시험실 관계자는 “보통 변압기 1대의 시험을 마치는 데 4~7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충격에 견디는지 외에도 온도, 소음, 전기특성, 절연특성, 효율성 등을 점검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공장 내에 위치한 통합관제센터에서는 IT시스템으로 설비 작동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공장 내 생산 기술자, 설계 담당자, 생산 관리자 등 모든 직원이 현장 내 여러 곳에 설치된 키오스크와 태블릿PC 등을 통해 동일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2021년 이래로 변압기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에서는 2024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알라바마 법인의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업황이 상당 기간 호황일 것으로 보고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향후 3년 납기 물량은 물론이고, 2033년 공급 계약을 제안하는 고객사도 있다”며 “전력망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판단 때문으로, 내후년은 물론 상당 기간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2년 간 미국과 사우디 지역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IRA 법안 덕분에 우리보다 기술력은 떨어져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이 어려워졌다”며 “일부 부품을 미국산을 써야 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중장기 매출 목표를 밝히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부사장은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중동, 한국 외에도 유럽, 오세아니아 등 새로운 시장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며 “2030년 즈음엔 약 5조 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조1045억 원이며, 올해 연 매출 전망치는 약 2조5460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