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종 bhc그룹 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에서 전격 해임되면서, 견원지간인 제너시스BBQ(이하 BBQ)와의 ‘10년 치킨 전쟁’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양사의 갈등을 증폭시킨 핵심 인물인 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전격 배제되면서, BBQ도 ‘해빙 무드’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양사의 소송 전쟁이 마침표를 찍고, 치킨업계가 모처럼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bhc 지주사인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GGS)가 박 회장을 bhc 대표이사직에서 보직 해임하면서 BBQ는 bhc와 그동안 얽혀왔던 각종 소송을 양사 합의로 원만하게 처리할 전망이다. 양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그간 소송의 핵심이었던 박 회장이 bhc 대표에서 물러난 만큼, 윤홍근 BBQ 회장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hc 지주사인 GGS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박 회장의 GGS 대표이사직 해임을 의결했다. 해임 안건은 박 회장을 제외한 출석 이사 전원이 찬성했다. 신임 대표로는 차영수 사내이사가 선임됐다. bhc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회사인 GGS는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각각 45%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내이사는 총 8명으로 이 중 2명이 MBK파트너스 출신이다.
GGS 이사회는 bhc 대표이사 변경안도 발의해, 임금옥 bhc 대표이사의 해임과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의 선임을 결의했다. bhc는 8일 이사회를 열어 임 대표이사 해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임 대표 대신 현재 bhc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훈종 사내이사를 새로운 bhc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박 회장과 같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그간 bhc를 함께 키워온 ‘콤비’로 알려져 있는데, 같은 날 경영 일선에서 동시에 물러나게 된 것이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GGS는 대표이사를 변경하면서 경영 쇄신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제너시스BBQ 그룹과의 해묵은 소송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회장의 자리를 대신할 차영수 신임 대표가 소송전과 크게 이해관계가 없는 MBK 측 인사라는 점도 이런 측면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긴 시간 이어진 BBQ와의 소송으로 박 회장과 MBK파트너스의 감정의 골이 깊었다”면서 “이 와중에 bhc의 가맹점 갑질 의혹으로 MBK파트너스 회장이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갈 뻔 했다.
이런 여러 논란으로 GSS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결국 박 회장과 임 대표를 동시에 경영에서 배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hc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닭과 기름 등 원부자재를 싸게 구입한 뒤 가맹점에 비싸게 판다고 불만을 표해왔다. 작년에는 기성품인 해바라기유를 프랜차이즈 본사가 고가에 매입하라고 강제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도 받았다. MBK 회장은 이 문제로 작년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 이어 올해 정무위원회 국감 증인 출석이 거론되기도 했다.
bhc는 2013년 BBQ에서 독립한 이후 연매출 면에서 작년까지 업계 1위로 부상한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하지만 박 회장은 모태가 된 BBQ와 그동안 끊임없이 소송을 벌여왔다. BBQ는 박 회장이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등 다수 소송을 제기했다. bhc도 윤홍근 BBQ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등 맞불을 놨다.
양사가 10년 가까이 민사 형사 소송 등 법정공방을 벌여온 가운데 BBQ가 박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송에서 승소한 게, 이번 박 회장과 임 대표 동시 해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지난해 6월 관련 소송에서 BBQ의 손을 들면서 박 회장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hc의 주력 사업이 프랜차이즈인 만큼, 주요 경영진이 형사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상당했다는 평가다. 박 회장은 올 1월 윤 회장과 주주들이 제기한 71억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도 ‘BBQ에 27억1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명령을 받았다.
이처럼 박 회장이 일련의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 가운데, 윤 회장이 용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사 내부 사정에 밝은 치킨업계 관계자는 “BBQ와의 소송전이 장기화하면서 bhc도 내부적으로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 박 회장을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방식으로 (BBQ 측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며 “BBQ도 사실상 bhc가 아닌 박 회장을 겨냥해 소송을 진행해 온 만큼 이번 지주사의 해임 조치로, 치킨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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