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금융사 해외진출, 절실함의 차이

입력 2023-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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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인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가 쓴 저서 ‘대항해시대’에 따르면 유럽이 아닌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을 때가 있었다. 책 내용을 보면 1900년에는 유럽과 미국이 세계 전체 산업 생산의 80%를 차지했지만,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80%는 아시아의 것이었다. 많은 노동력과 비옥한 토지를 보유한 중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산업혁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유럽은 영토확장이 필요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서양인들이 잘나고 똑똑해서 대륙을 개척한 것이 아니라 ‘절실함’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현재 한국 금융회사들이 필요한 게 당시 유럽 같은 절실함이다. 국내에서도 근근이 먹고살 만 하다 보니 초기 투자비용과 리스크가 따르는 해외진출은 섣불리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은 더욱 그렇다. 만약 잘 안됐을 땐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내 책임을 지는 일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중소형 생명보사 사장도 해외진출에 대한 질문에 “그럴 여력이 어딨겠나”라고 반문하기만 했다. 한국에서도 영업이 안 되는데 해외진출에 투자할 돈이 어딨냐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수긍이 가는 말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안타까운 말이다. 10년, 20년 후 정말 대책이 없어질 시기가 분명 올 테니 말이다.

반갑게도 금융당국 지원에도 팔을 걷어 부쳤다. 당국은 최근 해외 자회사 소유 범위를 확대하고 자금 지원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규제 족쇄를 걷어내고 있다. 저축은행 합병 규제 완화 등 금융권 킬러 규제도 없앴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금융사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이끌어갈 CEO는 일관성 있는 리더십이 필수다. 충분한 시간과 기회도 함께 줘야 한다. 해외진출 실패보다 두려워 해야 하는 건 미래세대의 먹거리다. 절박함 없는 금융사의 한계는 분명히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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