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상 소송 같은 ‘우물 안 개구리’ 행태 반복 안 되길

입력 2023-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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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어제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인정했다.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금동관음보살좌상(높이 50.5㎝·무게 38.6㎏)은 한국인 절도단이 2012년 10월 일본 쓰시마의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했다가 뒤늦게 적발돼 몰수됐다.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고려 불상이 국내로 들어온 과정은 명료하다. 절도를 통해서였다. 이런 사건이 절도 시점에서 11년이나 걸려 법적으로 종결된 것은 서산 부석사가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급심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1심은 과거 왜구에 의해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에 운반된 개연성이 큰 것으로 판단해 원고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인 대전고등법원은 불상을 불법 취득했더라도 시효취득의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에 따라 소유권은 간논지에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가장 큰 쟁점인 점유취득시효와 관련해 2심 손을 들어줬다. 국제사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판시였다. 일본 민법은 우리나라 민법과 마찬가지로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한다.

아무리 훔친 장물이라 하더라도 반환 결정에 아쉬운 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국내외 법제 등의 기준으로 보면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데 11년이나 걸린 사실이 오히려 더 놀랍고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국제적 상식에 눈을 감은 쇄국주의적인 판결의 책임이 무겁다.

고려 불상 문제가 국제적으로 불거진 이래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재 교류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한국 정서를 이해하는 일본 양심세력이 “우선 법질서를 존중해 도난불상을 반환한 다음 그 역사를 공동 조사하자”고 중재했으나 효력은 없었다. 한일 문화 교류만 피해를 본 게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모든 문화 선진국이 한국과의 교류를 꺼렸다.

국내 관련 기관들이 세계적 문화재인 ‘직지심체요절’의 국내 전시를 다각도로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국내 기관이 손을 벌릴 때마다 ‘한시적 압류 면제법’(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 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한국에 일단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해외 한국문화재는 합법·불법 반출을 싸잡아 적어도 수십만 점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올해 초 추린 것만 따져도 22만9655점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문화재들을 제자리에 가져올 길이 있다. 도둑질과 우격다짐이 아니다. 상대국 입장을 인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는 문화재 환수 노력이다. 훔친 불상 사건은 그 환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해외 곳곳의 문화재가 어둠의 장막 뒤로 숨는 역기능까지 빚었다. 11년을 끈 불상 소송과 같은 ‘우물 안 개구리’ 행태는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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