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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장면에 무엇을 놓나? 감독은 장면에 인물, 공간, 소품 등을 놓는다. 결국 미장센이란 '인물, 공간, 소품 등을 화면에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탕웨이)가 사는 집. (CJ ENM, 네이버영화)](https://img.etoday.co.kr/pto_db/2023/10/600/20231012110247_1937069_1199_766.jpg)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고 "그의 영화는 미장센이 참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감독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탕웨이)가 사는 집을 예로 들어보자. 위 장면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건 벽지다. 벽지를 본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이 왜 저런 벽지를 사용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인물이 사는 공간은 그 사람의 특성과 심리 등을 반영한다. 불길하게 파도치는 듯한 느낌의 벽지는 서래의 존재론적 상태를 은유한다. 파도치는 해변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간임을 생각하면, 벽지의 형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박해일)이 근무하는 공간. (CJ ENM, 네이버영화)](https://img.etoday.co.kr/pto_db/2023/10/600/20231012110246_1937068_1199_799.jpg)
다른 예를 들어보자. '헤어질 결심'의 형사 해준(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의 박두만(송강호)이나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설경구)과는 다르게 품위가 있다. 그는 욕도 하지 않고, 친절하며, 늘 깔끔한 정장을 입고 다닌다. 기존 범죄영화에 등장하는 형사들과 궤를 달리한다.
해준의 집무실에 놓인 갖가지 소품들은 그의 남다른 성격과 태도를 반영한다.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식적인 느낌의 형사 집무실이다. 박 감독은 이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해준이라는 인물의 한 단면을 형상화한다.
영화에서 미장센은 카메라에 포착되는 모든 것들의 배치 방식이다. 감독의 역량은 화면 구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장센이 아닌 '화면 구성'으로 표현하면 이해가 더 쉽다. '화면 구성'이 아름다운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