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가결파, 속죄해야…반드시 외상값 계산"
전문가 "숙청신호 시기상조…단기 봉합할 수도"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당일(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한 발언이다. 그는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의 구속을 열망했던 가결파 의원들은 참회·속죄해야 한다"며 "당원과 지지자, 국민들에게 피멍들게 했던 자해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29일 정치권·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자체가 이 대표의 관련 의혹(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등) 불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구속 문턱에서 생환하면서 친명(친이재명)계는 환호했다. 반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 당내 정치적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됐다.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송갑석 최고위원(지명직)이 사퇴하고, 친명계 홍영표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서 친명 체제도 더욱 강화됐다.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친명을 발탁하면 고민정 최고위원 외 전원 친명 지도부가 된다.
이른바 '옥중 공천'까지 불사하려던 친명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등 대정부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이는 한편, 비명계에 명시적 사과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27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결 투표 이후 성찰하거나 고민의 시간 없이 스스로 가결표 던진 것을 공개하고, 정권의 야당 탄압 수사 칼날 앞에 선 당대표를 비난한 극소수의 의원들은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최고위에서도 해당 행위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이후 절차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가결한) 분들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징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비명계 중심 이탈표는 30~40여표로 추산된다.
5선의 안민석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가결파 사태의 본질은 국민의힘의 힘을 빌려 당대표를 끌어내리려고 했던 차도살인"이라며 "배신의 정치, 용납하지 말아야 할 정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의 대처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배신의 정치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당나라당이 된다. 당의 기강도 안 선다"고 했다.
이러한 '비명계 문책론'은 정 최고위원의 '외상값'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보다 직접적인 표현은 삼가고 있지만, 제22대 총선이 반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을 고려하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에 공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비명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친명계가) 가장 원하던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에 이 대표 복귀 전에 우리 기를 완전 꺾어놓겠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결국 여야 싸움인 총선을 생각하면 좋은 판단은 아닌 듯하다"고 전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친명계는 이 대표가 감옥에 가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인데 '외상값을 받겠다'는 건 비명계더러 '당 나가라', '공천 안 주겠다'는 것"이라며 "비명계에 정치적 사형을 선고한 것이고, 이 대표는 (공천장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명계가 할 일은 앉아서 죽거나 새 살림을 차리거나 둘 중 하나"라며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친명계의 비명계 '숙청 시그널'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친명계가 사실상 내년 총선까지 내부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비명계를 무리하게 압박하다간 자칫 분당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청구할 때 청구하더라도 공천이 임박한 시점까지 잡음 없이 무난하게 가는 것이 좋지 않나. 얻을 건 다 얻은 친명계가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며 "비명계를 너무 몰아붙여 갈등을 높이는 게 당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단기적으로는 친명계와 비명계가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