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부터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의무화가 본격 시행된다.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촬영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촬영 영상을 보는 데에도 제한 사항이 많아 환자단체에서도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병원 등 의료현장은 CCTV 설치로 분주한 상황이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업체 선정과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인 곳이 대다수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늦게 제시되면서 진행이 늦어진 의료기관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 한 달 전인 지난달에서야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설치·운영 사항을 규정한 ‘수술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 운영기준(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CCTV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자는 수술실을 두고,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다. 사실상 대부분의 병원급 의료기관이 해당하며, 일부 개원가도 포함된다. 환자 의식 여부에 영향이 없는 국소마취 등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은 CCTV 설치 대상에서 제외한다.
촬영은 수술받는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해야 한다.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요청 없이 의료기관이 임의로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없다. 촬영 대상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이다. 촬영해야 하는 수술 장면의 범위는 마취 시작 지점부터 환자의 수술실 퇴실까지다.
의료기관의 장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음을 환자가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방법으로 안내해야 한다. 촬영을 요청받은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거부할 수 없다.
거부 가능한 사유로는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등의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천재지변, 통신 장애 등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해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수술 장면을 촬영할 경우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촬영 시 녹음도 함께 요청하고자 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촬영 요청서와 함께 녹음 요청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녹음 동의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경우 녹음을 할 수 없다.
영상에 대한 열람·제공 절차도 까다롭다. △범죄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후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해당 업무 수행을 위해 요청하는 경우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열람·제공할 수 있다.
열람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의 장은 열람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서면,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으로 열람 등의 방법을 통지하고 열람 등을 제공해야 한다.
영상정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법정 보관 기한(30일)을 준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저장 용량을 확보해야 하며, 저장장치와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30일 이상 보관하고 있는 영상정보는 내부 관리계획에서 정한 주기에 따라 삭제해야 한다.
열람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실비 범위에서 열람을 요청한 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촬영한 영상정보를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 누출·변조 또는 훼손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병원계 관계자는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해 현장에서의 혼란이 가중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응급수술에 대한 정의도, 위험성이 높은 수술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내려진 바 없다”며 “과마다, 병원마다 다른 기준으로 판단할 텐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을 좀 더 보강하지 않는다면 수술실 CCTV 활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촬영 영상정보의 보관 기관이 30일로 너무 짧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고, 의료행위의 은밀성, 전문성으로 인해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한 것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관 기간을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조항’과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촬영 영상정보를 활용함에 ‘제한 조항’이 많아 실효성에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