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의 모던 베이식 캐주얼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가 23일 열리는 ‘제19회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에 입을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 디자인을 8일 공개했는데, 흔히 보던 정장이 아닌 캐주얼 데님 셋업(set-up)이라 파격적이란 평가다. 색상도 라운드 티셔츠를 제외하곤 위아래 모두 흰색으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신발, 가방, 벨트 등 액세서리까지 총 8개 아이템 모두 흰색으로 통일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측은 이번 단복 콘셉트는 ‘백의민족(白衣民族)’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예로부터 지조와 기개를 상징하는 흰옷을 즐겨 입어왔던 우리 민족의 전통을 이렇게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또 선수단에 젊은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정장 차림이 아닌 캐주얼한 무드의 셋업으로 제작한 점도 특징이다.
재킷의 절개 라인과 팬츠의 주머니 자수에 한국미를 더해 한옥의 ‘팔작지붕’을 표현했다. 단추는 태극 무늬가 중앙에 들어간 한국의 전통북인 ‘대북’ 모양에서 착안했다. 또 전통 노리개 모양의 키링을 별도 제작, 전체적인 착장에 포인트를 줬다. 또 대회 기간 항저우 현지의 덥고 습한 날씨도 고려해 기능성 소재인 ‘쿨맥스’와 ‘아스킨’을 적용했다.
그렇다면 과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단복은 어땠을까. 1940년대부터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한 우리 선수단은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패션사절단으로서 다양한 소재와 색상의 단복을 선보여왔다. 그 중심에는 국내 주요 패션 기업의 열정과 패션 철학도 담겨있다.
역대 단복 중 가장 호평을 받은 단복은 ‘2012 런던올림픽’ 단복이다. 제일모직(현 삼성물산패션부문)이 전개하는 네오 트레디셔널 브랜드 ‘빈폴’이 디자인했다.
특히 개막식 전부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베스트 단복에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타임은 한국 유니폼에 대해 “세일러복 스타일의 옷이 가장 세련된 유니폼”이라며 “재킷은 선수들의 몸매를 드러낼 수 잇도록 디자인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붉은색 스카프도 멋지게 주목을 끈다고 전했다.
런던올림픽 단복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로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1948년의 정신을 모티브로, ‘영광 재현 1948’이란 콘셉트로 제작했다. 당시 단복을 재해석 해 네이비 상의와 흰색 바지를 기본 으로 하고, 태극기의 상징색인 빨강과 파랑, 흰색을 메인 색상으로 사용했다. 흰색 중절모도 포함시켜 중후함도 더했다.
특히 이 단복의 비밀은 바로 안감인데, 국민들로부터 받은 선수단 응원의 메시지 5800여건을 직접 받아 단복 안감에 프린트해 담았다. 당시 신명은 빈폴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상무는 “국민들이 직접 선수들에게 보낸 응원의 메시지를 안감에 프린트해 담은 국민의 염원이 담긴 특별한 단복”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와중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실제론 2021년 7~8월 개최)’은 우리 국민에게 또 다른 활력을 준 국제스포츠대회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고, 단복 역시 그랬다.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2016 리우올림픽’까지 개·폐회식 단복은 줄곧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맡았는데, 도쿄올림픽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그 바통을 넘겨받았다는 점이다. 코오롱FnC는 계·폐회식 단복 뿐만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활용해 양궁 국가대표팀 유니폼, 골프 국가대표 선수단의 유니폼 등의 제작도 맡았다.
개·폐회식 단복은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정장 브랜드 ‘캠브리지 멤버스’가 맡았는데, 고려청자의 비색을 담아 한국적인 미를 보여주려고 했고, 일본의 습한 날씨 속에서도 쾌적하게 입을 수 있도록 기능성도 담았다.
또한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는 금메달을 획득한 양궁 선수들의 유니폼도 제작 지원했다. 코오롱스포츠가 지원한 양궁 국가대표 선수 유니폼은 태극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대한민국 국민의 민족성을 백색으로 상징, 건곤감리 4괘를 허리선의 곧은 라인으로 디자인했다.
코오롱FnC의 캐주얼 골프 브랜드 ‘왁(WAAC)’은 골프 국가대표단 유니폼을 맡았다. 왁 또한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와 청색, 홍색 및 백색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해 대한민국 고유의 감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196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국가대표의 단복은 정장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변화했다. ‘1964 도쿄올림픽’ 당시엔 하이힐과 베레모도 등장했다. 당시 남자 선수들은 상·하의 같은 톤의 정장에 넥타이를 맸고, 여자 선수들은 흰색 셔츠와 스커트 차림에 베레모를 쓰고 하이힐을 신어 여성스러움을 뽐냈다. ‘1968 멕시코올림픽’에서는 남자 선수들이 모두 밝은색의 ‘중절모’를 쓰고 신사다움을 강조했다.
역대 단복 중 가장 파격적인 색상은 황금색이다. 그동안 태극기를 활용해 흰색, 청색, 홍색을 주로 단복에 담았는데, ‘1972 뮌헨올림픽’에선 역대 처음으로 황금색 상·하의로 디자인된 ‘단색 정장’이 제작됐다. 한국이 올림픽에 참가한 이래로 금메달이 한 번도 나오지 않자 금메달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당시 김택수 대한체육회장이 색상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뮌헨올림픽에서 33위를 기록했지만 끝내 금메달을 못하자,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또 한번 황금색 정장 단복으로 참가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국가대표 선수단 단복은 국가 이미지를 대표하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상징하는 자원이 된다”며 “국기 또는 자국을 상징하는 색상이나 모티브 등을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거나, 각국의 대표 디자이너가 단복을 디자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올림픽 개막식은 각국의 단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세계 패션의 흐름을 알 수 있을뿐 아니라, 각국의 패션 홍보의 장이자, 패션 경쟁력 또한 엿볼 수 있는 행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