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7조1000억원서 8조4000억원으로 상향
HBM 수요 증가·D램 가격 반등 기대
모건스탠리, ‘폴더블폰’ 수혜주로 삼성전자 꼽아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다시 상향조정되기 시작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가시성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폴더블 스마트폰 최대 수혜주로 삼성전자를 꼽을 정도로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높다. 증권가는 외국인투자자의 유입과 함께 삼성전자 주가가 시장 주도력을 회복하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8조5829억 원이다. 1개월 전 전망치 8조4689억 원보다는 1000억 원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6개월 전 16조5813억 원에서 3개월 전 9조5985억 원, 1개월 전 8조 원대로 낮아져 오다 다시 상향조정됐다. 이날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조1000억 원에서 8조4000억 원으로 1조3000억 원 올렸다.
영업이익 전망치를 밀어 올린 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촉발된 AI 반도체발 연쇄 효과 기대감이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는 가치사슬상 메모리 반도체 영역으로도 옮겨가고 있다. 과거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이익사이클은 비메모리에 후행해 개선되는 경향성을 보였는데, 이번도 과거 2차례(2016년, 2019년)의 패턴이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민복·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3 인증을 완료하는 등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며 “대부분의 반도체 중소형 업체의 실적 저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 개선 가시성이 뚜렷한 반도체 대형주로 수급이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D램 현물가와 고정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실적 추정치 상향 요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판매 가격 상승을 위해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김재준 부사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상당 수준 진행돼 2분기 메모리 가격하락폭도 확연히 둔화했다”며 “하반기에도 (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4월 초 인위적 감산을 선언했다.
증권가는 이달 DDR5 D램 계약가가 반등하고, DDR4 D램 역시 집중적인 감산으로 가격 하락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D램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전환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밀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1분기 갤럭시 S23 시리즈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는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삼성전자는 7월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를 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폴더블폰 시장이 고성장할 것이라며 수혜주로 삼성전자, 코닝, 샤오미 등을 추천했다. 폴더블폰 전세계 출하량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평균 45%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보고서는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탄탄한 재무상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매수)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1973년부터 협업하고 있는 미국 소재과학기업인 미국 코닝에 대해서도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코닝은 갤럭시·아이폰 시리즈에 들어가는 고강도 강화유리를 공급하고 있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폴더블폰 추정치는 약 2300만 대로 전년 1500만 대 대비 50% 증가하는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도 이번 신제품(갤럭시Z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이익전망치가 상향조정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직전 고점인 9만1000원(2021년 1월 11일)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KB증권을 비롯해 상상인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등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9만5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SK증권은 가장 높은 10만 원을 제시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를 180억 원어치 팔던 외국인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5거래일 동안 1조 원 가까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7월까지 매월 순매수를 기록하다 8월 순매도세로 돌아선 바 있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이익전망이 상향조정되는 구간 중에서도 삼성전자 주가의 시장주도력이 강했던 영역은 주로 이익사이클의 회복 초중기였다”며 “해당 시기에 외국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유입을 바탕으로 시장 전체를 초과하며 시장주도력을 높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