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명분 삼아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결단이 최근 윤 정부 집권 이후 최저(27%)로 떨어진 당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폭제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대정부 투쟁을 위한 단식에 돌입했다. 윤 정부의 실정을 강조하고, 민주당 지지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되지만 동시에 사법리스크와 당내 갈등 등 당 안팎의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방탄 단식’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단식이 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2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5%포인트(p) 떨어진 27%였다. 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34%로 전주와 동일했고,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1%p 내린 33%, 부정평가는 2%p 오른 59%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 이 대표 단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낮다. 조사기간과 단식기간이 겹치는 날은 31일 하루로, 본격적인 반응이 조사에 반영되려면 다음주 결과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지지율 하락에는 가상자산 투자‧보유 의혹을 받은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다음 주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이 당 결집력을 높여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이 대표는 지금껏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는 못한 당을 향해서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라도 결집해 성과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대통령 재의요구권이나 여당의 비협조에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 의미를 이해하는 중도층이 움직인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단식이 강성 지지층 정도만 움직일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오염수 투쟁이 사실상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김 의원 제명안 부결로 내로남불 얘기가 다시 나오게 된 상황”이라며 “(거기에) 민주당은 힘없는 소수야당도 아니고, 단식의 타깃 이슈도 명확하지 않다.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 단식이 내로남불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표가 단식 투쟁까지 벌이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할 수 있는 의원들은 많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즉,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이 가져올 혼란을 막기 위해 단식을 선택했지만, 국민에겐 그저 체포동의안 가결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동정론이 형성되는 등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기존 전망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 출석은 이 대표가 검찰에 제시한 11~15일이 유력하다. 단식 나흘째인 3일 오전 이 대표는 이동을 위해 일어나는 와중에 몸을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돌아가며 동반 단식을 하고 있다. 이날은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 대표 옆을 지키며 같이 1일 단식 투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