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시 ‘묻지마 MOU’…'3곳 중 1곳' 국내 사업 안 해 [지자체 블록체인 MOU 백태]

입력 2023-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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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2021년 4월부터 체결한 MOU 400여 건 전수조사
업무협약 체결한 블록체인ㆍ가상자산 기업 31곳 파악
3곳 중 1곳은 뚜렷한 국내 사업 없어…“목적 없는 MOU 문제”
해외기업과 협약 맺은 VCABB…1억 달러 투자이행 '감감무소식'
블록체인 기업 지사 이전 하세월…디지털자산거래소도 진척없어

부산광역시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 ‘3곳 중 1곳’은 사실상 국내에서 이렇다 할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본지가 박형준 부산 시장이 취임한 2021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부산시가 맺은 업무협약(MOU) 400여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산시가 협약을 맺은 가상자산·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총 31곳이었다. 그중 12곳이 부산시와의 협업은커녕 이렇다 할 국내 사업 및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의 약 39%로 3곳 중 1곳이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셈이다.

먼저,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한 가상자산 거래소와 FTX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 트라움인포테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 코리아는 후오비 글로벌과 지분을 정리하고 사명을 변경한 채 내부 정비 중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거래소까지 문을 닫은 상황으로 8월 현재 제대로 된 국내 영업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상자산 거래소 게이트 아이오, EOS 네트워크 파운데이션 등은 해외에서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국내에서의 사업이나 영업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이트 아이오는 지난해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부산시와의 협약 진행 사안에 대한 질의에 대해 2주 넘게 답을 주지 않았다. 지난해 협약을 맺은 기업 중 부산시 관계자와도 연락이 잘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란 게 업계 전언이다.

부산시가 협약을 맺은 기업 중에는 너무 영세해 어떤 사업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부산시로 본사이전을 약속한 레브코라는 스타트업은 등기 주소 찾아가 보니 성남 분당의 한 주거용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이처럼 국내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보니 협약 내용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0월 해외 블록체인 벤처 투자사와 MOU를 맺고 VCABB(부산 블록체인 벤처캐피털 협의체, Venture Capital Alliance of Busan Blockchain)를 통해 향후 3년간 1억 달러를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위해 투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투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부산시가 야심 차게 준비하던 디지털자산거래소 역시 아직 뚜렷한 진척이 없다.

크립토 닷컴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오케이비트와 전자결제업체 피앤링크를 인수 후 국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부산시와 협력 사업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부산으로 지사를 설립한다고 약속했던 크립토닷컴은 8월 현재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 한국 지사 사무실을 두고 있다.

크립토닷컴 관계자는 “부산시와 업무 협약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뚜렷하게 추진 중인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안 감사업체 서틱은 엑스플라 위메이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활발히 국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고 해외 지사에서 한국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까닭인지 부산시는 올해 들어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관련 기업과 협약을 맺지 않았다. 블록체인 관련 협약은 BNK부산은행과 맺은 블록체인 기반 통합 시민플랫폼 구축, 운영 시범사업이 전부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무 협약을 체결하려고 할 때 최대한 많은 MOU를 하려고 하는 데 목적 없이 어떤 걸 할 건지 명확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블록체인만 붙으면 MOU하는데, MOU했다고 해서 기업들이 부산에 와서 활동할 이유가 없다. 목적이 불분명한 게 문제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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