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만 400통”…6개월 사이 초등교사 두 명 사망

입력 2023-08-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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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보도화면 캡처
▲출처=MBC 보도화면 캡처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간격으로 2명의 교사가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MBC에 따르면 2021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김은지 교사와 이영승 교사가 6개월 간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를 두고 학교 측은 경기도교육청에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 사고’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6년 교대 졸업 후 해당 학교에 발령받았고 4~5년 차가 된 2021년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맡았다. 그해 6월 김 교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2월 이 교사도 생을 마감했다.

교대를 갓 졸업한 뒤 두 사람은 같은 학교에 발령받았고 2021년에는 나란히 담임을 맡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교사는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는 만류했고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받았다. 하지만 1년 뒤부터는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다.

김 교사의 아버지는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 받는 것도 수시로 봤다.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했다. 굉장히 전화 받는 걸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를 냈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되던 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교사도 부임 첫 해 담임을 맡은 뒤 몇 달 만에 목숨을 끊었다. 그는 교사 생활 시작부터 학부모들의 항의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아버지는 “페트병 자르기를 하는데 어떤 아이가 손을 다쳤다. 그 일로 학부모한테 시달렸다. 성형 수술을 해야 한다느니”라고 전했다. 이듬해 이 교사는 휴직하고 입대했지만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군대에 있는데도 학교에서는 우리 애한테 학부모와 연락해서 해결하라고, 돈을 주든가 해서 전화 안 오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교무부장은 “학급에서 따돌림 같은 것도 있어서 상담도 많이 했었다. 그 반에 한 명이 장기 결석한 애가 있었는데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00건에 달했다”고 했다. 따돌림을 받은 학생의 부모는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말라”등 수시로 민원을 제기했고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까지 찾아오기도 했다.

이 교사는 ‘공개 사과를 하라’는 학부모의 요청에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까지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일이 있고 난 다음 날 새벽 이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민원 학부모는 “제가 요구한 건 단 하나였다.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냐. 선생님은 그거 아시면서도 왜 맨날 그렇게 처리를 하셨냐’ 공개 사과해 달라고 했다”며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다.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최근까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 원인은 두 교사 모두 ‘단순 추락사’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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